북유럽 휩쓰는 극우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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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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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쫓아내라”… “EU통합 거부한다”

17일 핀란드 총선에서 극우정당인 ‘진정한 핀란드인당(True Finns·TF)’이 전체 200석의 5분의 1에 달하는 39석을 확보했다. 이는 강소국들이 몰려 있는 북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계속 기세를 떨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TF의 약진은 국가 재정 안정성, 교육 수준, 사회적 투명성 등에서 세계 최고를 유지해온 핀란드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친EU 노선을 표방해온 중도당 연정에 반대하는 반(反)유럽통합 정서가 커진 게 결정적 원인이다. 지난해 6월 불법자금 수수 의혹으로 마티 반하넨 전 총리가 퇴진한 것도 이유가 됐다.

핀란드만이 아니다. 사회민주주의 모델로 인종차별이 없는 이민자 천국으로까지 불렸던 스웨덴에서는 지난해 9월 총선 당시 반이민자 기치를 내건 극우파 ‘스웨덴민주당’이 “이민자들의 세금 강탈로부터 돈을 아끼고 싶다면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문구의 선거 방송 광고를 했다. 국가보조금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던 한 백인이 부르카를 두른 이슬람 여성들에게 떠밀리는 장면을 담은 이 30초짜리 인종차별적 광고는 일부를 삭제하고 전파를 탔다. 스웨덴민주당은 이 선거에서 5.7%의 득표율로 20석을 확보해 사상 처음 원내에 진입했고 캐스팅보트 역할까지 하게 됐다.

2009년 노르웨이 총선에선 세금 인하와 이민자 유입 반대를 내세운 진보당이 민족주의에 불을 지피며 22.9%의 지지율을 얻는 데 성공했다. 진보당의 주요 선거 구호는 “세금을 내리자, 가진 돈을 쓰자”와 “이민자를 받지 말고 모두 내보내자”는 것이었다.

대부분 민족주의를 내건 이들 극우정당은 공통적으로 이민자와 무슬림, 유대인에 대한 반대, 유로 단일 통화와 유럽 통합 거부를 외친다. 한 나라의 경제 문제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확산돼 자국에 큰 피해를 가져오는 데 대한 사회적 불안감과 실망감에 편승해 국수주의를 호소하고 이민자와 이슬람 등 소수 계층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며 세를 키워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핀란드 TF의 급부상은 당장 포르투갈에 대한 EU의 구제금융 지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한 유로존 국가 지원은 17개 회원국 전체 승인이 필요한데 핀란드는 다른 유로존 나라와 달리 자국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티모 소이니 TF 당수는 “포르투갈 구제금융 지원안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TF 외에 사회당도 포르투갈 구제금융에 반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EU 관리들이 이미 핀란드의 승인 실패를 상정해 ‘플랜B’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회원국 전체 승인이 필요한 유로존의 EFSF 확대 계획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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