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최악위기 수습에 앙숙 손잡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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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석 93% 大연정’ 눈앞
여론 64% “대연정 바람직”… 각료직 배분 논의 급물살… 간 총리 거취문제만 남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에서 초대형 연립정권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초유의 비상시국을 극복하기 위해 집권 민주당과 제1, 2야당인 자민당 공명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2009년 8월 총선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정권이 무너진 이후 2년도 안 돼 전현(前現) 정권이 뭉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성사된다면 중의원 480석 중 93%에 달하는 444석(현재 민주당 306석, 자민당 117석, 공명당 21석)을 차지하는 사상 최대 공룡 여당이 탄생하게 된다.

먼저 손을 내민 쪽은 민주당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원전 사고로 힘에 부치던 지난달 19일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에게 부총리 겸 재해복구상을 제안하는 등 3명의 입각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다니가키 총재는 “재난을 틈타 정권 연장을 기도하는 술책”이라며 거부했다.

하지만 대재앙 피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고 원전사고가 장기화할 게 확실해지자 자민당 내에서도 연정 불가피론이 고개를 들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를 비롯한 원로들은 지난달 말 “당의 인재를 각료로 보내면 되지 않느냐”며 대연정에 참여하라고 조언했다. 한시적으로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조건부 한시적 연정론’도 대두됐다. 최근엔 일부 각료를 파견하는 제한적 연정을 거쳐 전반적 정책에까지 합의하는 본격 대연정으로의 ‘2단계론’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자민당 일반 당원들도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정 경험이 많은 자민당이 왜 정부를 적극 돕지 않느냐”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4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대연정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64%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자민당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간사장이 최근 만나 재해복구상, 환경상, 오키나와(沖繩)·북방영토 담당상 등 야당이 받을 각료직을 구체적으로 의논했다. 자민당 입각 후보로는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부총재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조회장 등이 거론된다. 공명당도 한 명을 입각시키는 데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연정 구상에는 여야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대지진 직전까지만 해도 정권 유지 자체가 어려울 만큼 위기에 몰렸던 민주당과 간 총리로서는 대연정이야말로 정권과 총리직을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다. 자민당과 공동 정권을 꾸리는 동안에는 안정적 정권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민당도 집요하게 요구했던 국회 해산과 총선거가 사실상 물 건너간 마당에 피해 복구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 차기 선거를 도모하는 데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유일한 걸림돌은 간 총리의 거취 문제다. 다니가키 총재는 “간 총리만 물러나면 바로 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에도 간 총리의 리더십에 비판적인 의원이 상당수다. 정권 핵심부는 재난 와중에 총리 교체는 절대 안 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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