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에 전해온 사연 “전기-수도도 끊겨… 남은 식량으로 얼마나 버틸지…난생처음 겪은 끔찍한 참사, 지금도 몸서리 쳐져”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인 미야기(宮城) 현 센다이(仙臺) 시에 있는 도호쿠(東北)대의 한국인 유학생들은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황에서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이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경동 씨(34)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센다이 시는 단수는 물론이고 단전으로 인해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며 “수도가 공급되고 전기가 들어오는 일부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물이나 먹을 것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도심의 몇몇 대형마트가 문을 열었지만 생필품 부족으로 3, 4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라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박 씨는 13일부터 순천향대 창원대 등에서 온 연구원 및 박사과정 동기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아직 지진이 끝나지 않았다는 소식에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집에 남아 있는 라면 등의 식량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도호쿠대는 4월 말까지 휴교령을 내렸고 대부분의 유학생은 귀국을 서두르고 있지만 센다이 공항이 폐쇄돼 있어 일단 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유학생들은 안전을 위해 5, 6명씩 그룹을 지어 귀국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서북쪽의 아키타(秋田), 남쪽의 도쿄(東京), 서남쪽의 오사카(大阪) 등 세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으나 차편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도호쿠대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던 영남대 경제통상금융학부 3학년 김혜미 씨(21·여)는 14일 센다이 한국영사관의 도움을 받아 다른 유학생 서너 명과 함께 가까스로 도쿄로 가는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김 씨는 통화에서 “대학 도서관에서 여느 때처럼 학과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폭발음이 들리면서 큰 책장들이 넘어지고 책이 쏟아져 학생들이 우왕좌왕했다”며 대지진 발생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난생처음 겪는 일이라 지금도 얼떨떨하다”며 “처참한 광경을 볼 때마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아키타 인근에 도착한 도호쿠대 금속재료전공 석사과정 2학년 이정수 씨(29)는 “위험 지역을 피하기 위해 돌아서 가든 다른 지역을 들러서 가든 다들 어떻게든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공항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며 “모두가 질서 정연하게 행동하고 있지만 버스표가 매진되는 등 교통편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고 전했다.
도호쿠대의 한국 유학생은 모두 300여 명으로 아직까지 60여 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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