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회복세 세계경제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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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비 천정부지… 글로벌 금융 큰 부담

최악의 대지진으로 세계 3대 경제대국인 일본 전역이 큰 혼란에 빠진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까스로 빠져나오던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지진은 경제적 피해는 최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4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집계돼 6433명이 사망했던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보다 인명피해가 훨씬 크다.

부진에 허덕이던 일본 경제는 다시 한 번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야기 현 등 지진 피해 지역의 생산시설이 파괴된 데다 자동차 등 주요 산업생산에 차질이 생겨 일본 경제의 주축인 수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하지만 이번 지진이 오히려 일본 경제에 미칠 파장은 한신 대지진보다 적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호쿠 북동부 지역이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 정도에 불과해 일본 경제 전체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지진이 건설경기를 되살려 일본 경제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1995년 1월 130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입혔던 한신 대지진 직후 일본의 산업생산은 2.5%가량 떨어졌지만 피해 복구가 본격화되면서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995년 1.9%, 1996년 2.6%로 이전보다 1%포인트가량 높아졌다.

하지만 일본의 대지진 피해복구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까지 커지면 중동 아프리카의 정정불안과 또다시 불거지고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비상이 걸린 세계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본은 한신 대지진 때와 달리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부채가 GDP의 230%에 육박하는 일본 정부가 지진 피해에 따라 추가로 막대한 재정부담을 지게 되면 재정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스위스계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 등은 일본이 지진 피해를 복구하는 데 GDP의 2∼3%인 1100억∼1600억 달러의 재정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의 정정불안으로 유럽 경기가 둔화되면서 재정위기가 남유럽 국가에서 스페인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세계 3대 경제대국인 일본마저 재정위기에 빠지면 세계 경제에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세계 금융시장 역시 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 한신 대지진 당시에도 엔-달러 환율은 3달 동안 20%가량 하락(엔화 가치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환율 급등과 물가 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진에 따른 막대한 복구비용으로 일본의 재정부담이 확대돼 경제에 어려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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