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일진일퇴’ 안갯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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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군 “라스라누프 점령” vs 카다피군 “자위야 탈환”

리비아의 정부군과 반정부군 사이에 일진일퇴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반군이 트리폴리로 향하는 거점 도시 라스라누프를 점령하며 서진(西進)을 계속하는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친위대는 트리폴리 부근 전략요충지인 자위야와 중부도시 빈자와드를 빼앗았다. “시위대가 점령했던 일부 도시를 빼앗았다”는 카다피 원수 측의 주장을 반군이 즉각 부인하는 등 리비아 내전의 향방은 점점 깊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뺏고 뺏기는 혈투 속 양측 주장 엇갈려

반정부군은 4일 저녁 석유터미널이 있는 동부 항구도시 라스라누프를 점령한 뒤 6일 이곳에서 서쪽으로 140km 떨어진 카다피의 고향 수르트를 향해 진격했다. 이에 카다피 진영은 라스라누프를 전투기로 폭격하고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미스라타에도 탱크 공격으로 맞섰다. 또 빈자와드에서도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로 2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전황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리비아 국영TV는 이날 “정부군이 미스라타와 라스라누프, 동부의 토브루크를 반군에게서 빼앗았다”고 보도했고 이를 본 카다피 지지자 수천 명이 트리폴리 시내로 쏟아져 나와 ‘정권의 상징’ 녹색기를 흔들며 축하 집회를 열었다. 이날 새벽 트리폴리 곳곳에서 잇따른 총격 소리에 외신들이 긴급 보도를 내보내자 정부 측은 “정부군의 선전을 기념하는 축포 소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 측은 즉각 AFP통신 등 외신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이들 도시를 장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5일 새벽 탱크와 박격포를 앞세운 카다피의 친위대가 인구 20만 명의 도시 자위야를 급습했다. 목격자들은 “정부군의 용병들이 거리로 나오는 사람에게 닥치는 대로 총을 쐈다”며 “건물 발코니에 있던 주민이나 어린이도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 과정에서 최소 1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 반정부군 “유일한 리비아 대표조직” 선언

반정부 시위대 측은 자신들이 점령한 벵가지에서 대표기구의 공식 출범을 선언하고 임시 각료를 임명했다. 이들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터 리비아의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외교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30인으로 구성된 국가위원회 대표인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리비아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조직임을 선언한다”며 “우리의 대표성을 인정받기 위해 이미 유럽 및 아랍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위원회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임시정부 격인 3인 비상위원회도 만들었다. 연구기관 출신인 마흐무드 제브릴이 위원회의 총괄 대표를 맡고, 1975년 카다피 축출 시도에 실패해 옥살이를 했던 오마르 하리리와 최근 인도 주재 대사직을 사임한 알리 알에사위가 각각 국방과 외교 분야를 책임지게 됐다. 반군의 유엔 대사는 지난달 25일 유엔에서 “오랜 친구였던 카다피를 처벌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던 압둘라흐만 무함마드 샬감 전 유엔 대사가 맡는다. 그는 카다피 정권에서 해임됐다. 위원회는 “카다피 퇴진을 위해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은 원치 않지만 그의 본거지에 대한 전투기 공습은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럽연합(EU)은 6일 국제사회 최초로 리비아의 현지 상황을 점검할 실사단을 트리폴리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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