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美-나토 군사개입땐 피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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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따르는 친위부대와 반정부군 사이의 전투가 교착상태에 빠져들면서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반정부군은 카다피 원수의 정예 친위부대가 버티고 있는 수도 트리폴리 입성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오히려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 탱크 등 막강한 화력을 가진 카다피군이 총반격에 나서면서 트리폴리 인근 사브라타, 가리안 등을 반정부군으로부터 탈환했다고 AFP통신이 2일 보도했다. 이처럼 뺏고 뺏기는 국지전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내전이 장기화될지를 결정지을 가장 큰 변수는 바로 국제사회의 개입이다.

이와 관련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리비아가 평화로운 민주주의 체제와 장기 내전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강력하게 대응해야 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클린턴 장관은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군사적 옵션에 대해 국방부 측은 다소 결이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중동의 또 다른 나라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리비아에서의 민간인 구출, 인도적 지원 제공 등에 대비해 지중해에 해병대 병력 400명과 함께 두 척의 상륙함을 배치할 것을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유엔 총회는 카다피 정권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인권을 위반했다며 1일 유엔 인권이사회 회원국 자격을 정지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는 이날 카다피 원수 일가 및 측근의 자산을 동결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카다피 정권의 시위대 폭력 진압과 관련해 공식 조사에 착수한다고 ICC의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수석검사가 2일 밝혔다. 모레노오캄포 수석검사는 조사대상자 명단을 3일 중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리비아 인권연맹은 이번 시위로 현재까지 60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맞서 카다피 원수는 2일 트리폴리 시내에서 소수의 지지자를 모아놓고 행한 연설에서 “미국이 리비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면 수천 명의 리비아 국민이 죽게 될 것이다.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90여 분간의 이날 연설은 국영 TV를 통해 중계됐다. 그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리비아에 들어온다면 ‘피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해외 구호품을 받는 리비아 국민은 반역죄로 다스리겠다고도 했다.

그는 리비아에 진출해 있는 서방 은행과 기업을 중국 러시아 브라질의 은행 및 기업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제사회의 분열을 노리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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