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전투기, 시위대 폭격 ‘대학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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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00명 사망설… 카다피 “싸우다 순교할 것”
유엔, 긴급 안보리 소집… 우리 교민 철수 시작

42년 독재체제가 존망의 위기에 몰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정권이 전투기와 헬기로 반정부 시위대를 무차별 공격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상자가 수천 명에 이르며 사망자가 800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시위대는 20일 제2의 도시 벵가지를 함락시킨 데 이어 수도 트리폴리까지 진출해 일부 지역을 장악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다피 정권이 21일 밤부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보안군과 친정부 용병들이 트리폴리를 다시 통제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하지만 벵가지를 포함한 지중해 연안의 리비아 동부 지역은 여전히 무장한 시위대가 장악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복수의 목격자를 인용해 전투기와 헬기의 지원을 받은 특수부대와 용병들이 트럭을 타고 트리폴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총을 난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투기가 소형 폭탄을 투하했으며 헬기는 시위대를 향해 기총소사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 망명설’이 나돌았던 카다피 원수는 22일 새벽 국영TV에 22초간 출연해 “나는 트리폴리에 있다”고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이어 이날 오후 다시 국영TV로 방영된 대국민연설을 통해 “아랍국가의 시위를 조장하는 더러운 세력이 있다”며 “나는 베두인 전사로 반정부 시위에 끝까지 맞서 싸우다 순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22일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열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전투기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리비아 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주재 리비아 부대사가 카다피 원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고위 외교관과 군의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 현지 한국 업체 직원들의 철수가 시작됐다. 벵가지 동쪽 토브루크 지역에 있는 한국의 건축디자인 업체인 ‘공간’ 직원 9명은 차를 타고 이집트로 탈출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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