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쇼크’ 油價 급등]중동發 도미노 시위, ‘3차 오일쇼크’ 부르나

  • Array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수출코리아 직격탄… 유가 10달러 오르면 무역수지 1% 약화

코스피 35P 급락 리비아 사태가 내전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러들이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5.38포인트 하락한 1,969.92로 마감하면서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으며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9.50원 올라 급등세를 보였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코스피 35P 급락 리비아 사태가 내전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러들이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5.38포인트 하락한 1,969.92로 마감하면서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으며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9.50원 올라 급등세를 보였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북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리비아의 유혈사태가 격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던 세계 경제가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리비아 사태로 불안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제유가가 일제히 치솟으며 원자재발(發)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확산에 기름을 붓고 있다. 특히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의 불똥이 이집트, 리비아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으로 옮겨붙을 경우 ‘제3차 오일쇼크’라는 최대 악재가 세계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 3차 오일쇼크로 확산되나


이집트 시위 때까지만 해도 우려로만 여겨졌던 유가 급등이 리비아 시위로 현실화한 것은 중동 주요 산유국 가운데 처음으로 리비아에서 시위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리비아는 지난해 기준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12개 회원국 중 9번째로 원유생산량이 많은 국가로 전 세계 매장량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리비아와 함께 최근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알제리, 이란도 원유생산국이며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바레인, 예멘과 인접해 있어 결코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앤 웨이먼 중동·북아프리카 리서치 대표는 22일 “유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리비아의 위기가 다른 석유 수출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리비아를 포함해 북아프리카와 중동 산유국은 2009년 기준 전 세계 석유생산량의 36%를 차지했으며 세계 모든 원유의 61%가 이 지역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세계 경제의 최대 악재로 부상


경제 전문가들은 리비아 정정(政情) 불안은 이집트 사태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22일 주요국 증시는 리비아 사태와 유가 급등이라는 악재를 만나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집트 사태 때는 수에즈 운하 봉쇄 개연성 수준에서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번 리비아의 정정 불안은 직접적인 원유 공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리비아 현지 인터넷과 유무선 전화가 차단되고 테러 발생 우려가 높아지면서 영국의 BP, 스웨덴의 렙솔, 노르웨이 스타트오일 등 석유 메이저업체들이 중동에서 잇따라 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등 충격은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를 꺾는 치명적 악재가 될 것”이라며 “신흥국에 국한되고 있는 물가상승 압력이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 등 선진국으로 확산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경제 회복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 경제가 물가는 상승하고 성장은 정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U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인상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타나시오스 오르파니데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21일 외신 인터뷰에서 “2%가 넘는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물가 안정을 위해 적절한 조치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중동발 유가 급등에 한국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아 유가 급등에 가장 취약한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다.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 무역수지는 1% 정도 악화되고 유가 급등으로 국내 연료가격이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0.9%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년 글로벌 주요 국가의 명목 GDP 대비 원유 소비액을 보면 태국에 이어 한국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유가 급등은 한국의 물가 수준뿐 아니라 경기와 기업 이익에도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