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신격화’ 리비아서 수천명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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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투석전… 페이스북에선 “오늘 봉기의 날”
바레인선 천막농성… 예멘, 시위대에 총격 1명 숨져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42년째 집권하고 있는 리비아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리비아는 민주혁명이 일어난 튀니지와 이집트 사이에 있지만 지도자 신격화 등 여러 여건상 민주화 열풍이 상륙하기 힘든 국가로 꼽힌다.

AFP통신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1000km가량 떨어진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최대 2000여 명이 “민중이 부패를 끝낼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는 1996년 트리폴리 아부 살림 교도소 소란 때 보안대가 진압 도중 수감자 1000여 명을 ‘학살’한 사건에서 사망자 측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파티 테르빌 씨가 경찰에 구금되면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망자 상당수는 벵가지 출신으로 이슬람 과격무장단체인 ‘리비아 이슬람전사그룹(LIFG)’에 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테르빌 씨가 구금된 경찰서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던 시위대는 그가 풀려난 뒤에도 시위를 계속했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친정부 시위대와 충돌했고 곧이어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탄을 쏘며 저지하는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맞섰다. 경찰 10명을 비롯해 모두 38명이 다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벵가지에서 경찰이 실탄을 쐈고 2명이 숨졌다”고 소식을 올렸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BBC는 “이날 충돌이 17일 예정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앞두고 시위대의 기를 꺾어 놓으려는 정부 측의 의도적 도발일 수도 있다”는 한 야권 운동가의 분석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14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는 ‘17일은 리비아 분노의 날’, ‘17일 봉기의 날’ 등의 이름을 내건 반정부 시위 촉구 사이트가 생겼고, 이날 벵가지 시위 이후 가입자가 2만여 명까지 늘어 17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17일은 2006년 벵가지에서 이슬람교도들이 시위를 벌인 날이다. 당시 14명이 숨졌다. 해외 망명한 리비아인 200여 명도 14일 “카다피 퇴진과 평화적 시위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발표했다.

한편 바레인에서는 사흘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16일 수도 마나마의 펄 교차로 광장에서는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에서 그랬듯 시위대 3000여 명이 천막을 치고 장기 시위에 돌입했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도 전날에 이어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경찰의 총격으로 시위대 1명이 사망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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