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생들이 빈민가 학교서 2년간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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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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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질 높이고… 지도자 키우고… ‘TFA 모델’ 교육개혁 대안 각광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이 뉴욕 월가에서 일하는 대신 2년 동안 빈민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낍니다.”

9일 오전 미국 국무부 산하 뉴욕 외신기자센터 내 기자회견장.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 웬디 콥 이사장(44)이 연단에 섰다. 20년 동안 TFA가 거둔 성과와 미국 공립학교 개혁의 필요성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회견장을 채운 독일 중국 불가리아 레바논 호주 콜롬비아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기자들은 콥 이사장의 설명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콥 이사장은 미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다. 그는 미국 전역의 교육감은 물론이고 교사들을 만나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토론한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은 그를 교육부 장관보다 교육개혁을 더 효과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프린스턴대에서 공공정책을 전공한 콥 이사장은 1989년 대학 졸업 논문에서 TFA 모델을 제시했다. 대학 졸업생들이 2년간 빈민지역이나 저소득지역 공립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 모델이 정착되면 미국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학 졸업생들에게는 나라의 장래를 고민하는 진정한 지도자로 성장하는 계기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1990년 직접 TFA를 설립했고 대학 졸업생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설립 첫해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생 500여 명이 지원했고, 지원자들은 모두 미국 내 6개 빈민지역에 파견됐다. 이후 매년 지원자가 늘어 작년에는 전국 100여 개 대학에서 4만7000명이 지원했고 이 중 5000명이 최종 선발됐다. 그는 “TFA에서 교사로 일한 경험을 가진 2만여 명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까지도 보조교사 등 다양한 형태로 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TFA는 미국 명문대 졸업예정자들을 상대로 한 ‘졸업 후 가고 싶은 직장 100곳’을 뽑는 조사에서 항상 톱10에 든다. 지난해 10월까지 워싱턴 교육감으로 재직하면서 미국 교육개혁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한국계 미셸 리 씨도 대학 졸업 후 볼티모어에서 TFA 교사를 거쳤다.

콥 이사장은 TFA는 현재 전국 39개 지역의 공립학교에 8200여 명의 교사를 파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하는 지역의 각 교육구에서 평균 3만5000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다.

교사를 선발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향후 각 분야의 지도자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며, 교사로 일하면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도 높이고 동시에 자기계발에도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TFA의 채용 전문가들이 대학을 돌아다니며 인터뷰한 뒤 선발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매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고 강조했다.

콥 이사장은 “최근에는 교육구, 학교 교사들,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TFA의 활동을 보며 학교를 더욱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TFA에 의견을 구한다”며 “TFA가 미국 교육개혁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는 다른 나라에서 TFA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다는 연락이 이어졌다. 콥 이사장은 2007년 외국에서도 똑같은 일을 하는 ‘티치 포 올’(Teach For All)을 설립했고 현재 중국 브라질 인도 호주 등 17개국에 교사 파견 활동을 하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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