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단체장선거 ‘동네 정당’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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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일본당’등 나고야-아이치현서 전국정당에 압승

6일 일본 나고야(名古屋) 시와 아이치(愛知) 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지역정당 후보가 민주당과 자민당 등 기존 정당 후보를 누르고 압승을 거뒀다. 지역정당은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지역생활에 밀착한 공약을 내세워 만든 이른바 ‘동네 정당’.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어지면서 4월 통합지방선거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 기성 정당의 구태에 반발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은 ‘시민세 10% 감축’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현 나고야 시장. 그는 감세와 함께 시의원의 보수를 절반으로 깎겠다는 공약으로 지난해 4월 ‘감세 일본’이라는 이름의 지역정당을 창당했다. 나고야 시는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15개 선거구를 민주당이 싹쓸이한 ‘민주당 왕국’.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2위인 민주당 지원 후보가 가와무라 시장 득표수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아이치 현 지사 선거에서도 가와무라 시장과 연계한 지역정당 ‘일본 제일 아이치회’ 소속의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후보가 2위 후보보다 3배나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됐다. 나고야 시와 아이치 현을 이끌어갈 두 당선자는 앞으로 두 지역을 합쳐 주쿄(中京) 도(都)를 만들어 도쿄(東京)와 같은 도(都)로 승격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네 정당’ 돌풍이 행정구역 변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이번 선거 결과를 “기존 정치의 구태에 신물이 난 지방 유권자의 반란”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존 전국 정당이 지역 민심과 동떨어진 채 정파적 이전투구에 매달린 결과 중앙정치에서 소외된 지역민의 반발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 일본정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까

지역정당 돌풍은 4월에 있을 통합지방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지방선거에는 ‘감세 일본’을 비롯해 ‘오사카(大阪) 유신회’ ‘지역정당 이와테(岩手)’ 등 최소 6개 이상의 지역정당이 후보를 낼 계획이다. 이 가운데서도 오사카(大阪) 부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지사가 이끌고 있는 ‘오사카 유신회’가 단연 주목 대상. 지지율이 70%에 육박하고 있는 하시모토 지사 역시 오사카 유신회 의원들로 지방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해 오사카 도(都)를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민주당과 자민당 등 기존 전국 정당들은 지역정당 돌풍에 대해 “(우리들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초래한 결과”로 평가하면서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며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직접 당을 만들어 지방의회를 자신의 뜻에 맞는 후보로만 채울 경우 지역 여론을 독점해 사유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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