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사력, 美 턱밑까지 추격…동북아 군사지형 대격변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 中 스텔스기 ‘젠’ 공개

중국이 독자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의 시험비행에 11일 성공하면서 동북아 군사력 균형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1년가량 단절된 미중 간 군사교류의 회복을 뜻하는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방중 기간에 사실상 공개적으로 시험비행을 진행해 그 배경과 의도가 주목된다.

○ 스텔스기, 핵무기에 맞먹는 무기

스텔스기는 핵무기나 탄도미사일, 고성능 레이더, 군사위성과 함께 전략무기로 분류된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느닷없이 하늘에 나타나 적을 공격할 수 있고 공격당한 쪽은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는 첨단무기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가 스텔스기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지녔다.

현재까지 스텔스기는 미국이 독점해 왔다. 미국의 독보적이고 우월한 공군력은 스텔스 전투기 덕분이다. 스텔스기를 실전 배치한 나라도 미국뿐이다. 현재 미국은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 F-22 랩터를 200여 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05년 12월부터 이를 실전 배치했다. 대당 평균가격은 4000억 원 정도다.

또 다른 군사대국인 러시아도 스텔스기 개발에 성공했을 뿐 실전 배치는 못하고 있다. 중국의 스텔스기 실전 배치 시기가 2018∼2020년이라고 해도 미국으로선 여간 신경 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군사 균형에 상당한 변화 불러올 듯

중국의 스텔스기 개발로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력 균형이 급격히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230만 명에 이르는 막강한 육군에다 미국의 F-16에 필적하는 전투기를 약 400대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공군력은 이미 일본 자위대의 전력을 능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북아 국가 간에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분석은 다소 이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첨단무기 증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이미 일본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방위력 증강을 의식해 잠수함과 전투기, 미사일방어망 등에 투자를 확대하는 방위정책을 확정한 바 있다. 이번 시험비행 성공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중국 스텔스기의 성능이 어느 수준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게이츠 장관은 “주의 깊게 보고 있고, 프로그램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10일 보도했다.

○ 미 국방장관, 후 주석 면담 몇 시간 전 공개적 시험비행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11일 게이츠 장관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면담 몇 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시험비행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이는 중국이 사실상 미국을 향해 강한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고 비밀무기로 분류되는 스텔스기 시험비행을 중국이 공개적으로 진행한 것도 흥미롭다. 이번 시험비행은 많은 주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고 동영상도 촬영돼 인터넷에 유포됐다. 시험비행장 주변에서는 시험비행의 성공을 축하하는 폭죽도 터졌다고 한다. 핵무기처럼 고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첨단무기 개발 사실을 대놓고 알린 것이다.

상하이의 군사전문가 니러슝(倪樂雄) 씨는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중국이 아시아 주변 국가에 군사력 증강에도 매진할 것임을 경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은 젠-20과는 별도로 대기층을 돌파해 비행할 수 있는 ‘우주전투기’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홍콩 밍(明)보가 11일 보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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