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지역구 美보커스 상원의원 ‘FTA 몽니’

비준 칼자루 쥔 재무위원장 “한국시장 개방 진전 없을땐 FTA 의회 처리 적극 반대”

미국 상원의 재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맥스 보커스 의원(민주·몬태나·사진)이 쇠고기시장 개방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회 비준에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의회비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재무위원장은 한미 FTA 이행법안 처리에 중요한 자리로 꼽히는 자리다.

보커스 재무위원장은 미국산 쇠고기의 주요 산지인 몬태나 주가 지역구여서 한미 FTA 추가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의 완전한 시장개방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그는 지역구의 주요 생업인 축산업계를 대변해 한국은 월령(月齡)에 상관없이 모든 부위의 쇠고기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상원 재무위는 FTA 이행법안 처리를 맡고 있는 소관 상임위여서 보커스 위원장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한미 FTA 의회 비준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미국 통상전문지인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보커스 의원의 측근 소식통을 인용해 “보커스 의원은 한국 쇠고기시장 개방에 대한 추가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미 FTA 이행법안 처리를 적극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보커스 위원장이 조만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이 문제를 놓고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FTA 추가협상 타결 후 합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번 추가협상에서 쇠고기 문제에 구체적인 진전을 보였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백악관 당국자는 3일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쇠고기 문제에 대해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커스 위원장은 3일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 직후엔 “이번 합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출에 대한 한국의 중요한 장벽을 다루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에 깊이 실망한다”며 “잘못된 점을 바로잡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완전한 시장개방이 한국에 예민한 사안임을 감안해 한미 양국이 쇠고기 문제를 언제 협의할 것인지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커스 위원장의 압박은 양국 대표단의 추가협상 결과가 지역구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문제 삼는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