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母子 10년만에 ‘눈물의 상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미얀마정부 연금해제뒤 허락… 아들, 英서 귀국 2주간 체류

23일 미얀마 양곤 공항에서 둘째 아들 킴 아리스 씨(33)를 만난 아웅산 수치 여사(65)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2000년 12월 아들을 만난 후 10년 만이었다. 영국에서 방콕을 거쳐 미얀마로 입국한 아들 아리스 씨는 외투를 벗어 왼쪽 팔에 새겨진 문신을 드러내 보였다. 어머니가 몸담았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상징물인 공작과 별이 그려져 있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4일 가택연금에서 석방된 미얀마의 민주화 지도자 수치 여사는 이날 모자 상봉의 감격을 누렸다. 수치 여사는 아들의 허리에 팔을 감고 사진촬영에 응했으며 공항을 벗어날 때도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AFP통신은 “2주 동안 미얀마에 머물 예정인 아들은 어머니와 함께 양곤에 있는 가족 별장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24일에는 양곤의 불교 성지인 쉐다곤 파고다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 거주하는 아리스 씨는 지난 10년간 여러 차례 미얀마 정부에 비자 발급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수치 여사가 석방되자 정부는 아리스 씨에게 수치 여사와 통화하도록 허락했다. 비자를 발급받으려고 인근 방콕에 머물던 아리스 씨는 영국대사관에서 엄마와 눈물의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 여사는 변호사 니안 윈 씨를 통해 아들에게 비자를 발급한 정부에 감사 의사를 전했다.

수치 여사가 민주화 투쟁을 벌이는 동안 두 아들인 알렉산더 씨(38)와 아리스 씨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수치 여사가 민주화 투쟁에 가담한 혐의로 처음 체포됐을 당시(1989년) 둘의 나이는 각각 16세, 11세였다. 1991년 민주화를 위해 싸운 공로로 수치 여사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을 때도 수감된 엄마를 대신해 알렉산더 씨가 시상대에 올랐다. 1999년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마이클 아리스 씨)가 전립샘암으로 작고했을 때조차 아들은 엄마를 만날 수 없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