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외교’ 오바마, 나토에서 만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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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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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 20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8일 워싱턴을 떠난다. 열흘간의 인도-인도네시아-한국-일본 아시아 순방이 미국의 외교력에 오히려 손상을 입혔고 국내정치 현실 역시 녹록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떠나는 순방길이어서 부담이 커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60년 동안 가장 확실한 우방이었던 유럽과의 외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또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명예로운 마무리 방안에 대한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나토 정상회의 의제는 대부분 안보 문제다. 1949년 창립 이래 나토를 지탱해 온 가장 중요한 개념은 ‘회원국 중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은 바로 나토 전체에 대한 도발로 간주한다’는 집단안전보장. 이번 회의에서는 21세기 안보환경에 맞는 새로운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의 채택이 이뤄진다. 지대공 개념의 미사일 방어체제 채택과 나토군의 지휘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바 있는 ‘핵 없는 세상’을 지지하는 한편 상대방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한 나토 역시 전술핵을 통한 핵 억제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유럽에 200여 기의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브루킹스연구소 스티븐 파이퍼 선임연구원은 “독일을 포함한 네덜란드, 벨기에, 노르웨이 등은 전술핵 보유가 안보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명시적인 선언보다는 두루뭉술한 외교적 수사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

아프가니스탄전쟁의 출구전략도 주요 논의 과제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2014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에 자국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넘긴다는 계획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미군의 단계적인 철수는 2011년 7월부터 시작될 것이며 2014년까지는 아프간 정부군이 자국 방위의 책임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8년 그루지야(현 조지아) 침공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대통령도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초대장을 받았다. 러시아가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고 대부분의 나토 회원국과도 양자 우호 관계를 맺고 있지만 나토 전체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관계 개선의 길을 모색하는 이번 참가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는 향후 나토의 장래에 대한 논의는 물론이고 과거 주적이었던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 문제 등 가장 근본적인 주제를 다루게 된다”며 “나토동맹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상회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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