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성당 인질극 총격전… 58명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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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괴한 10여명 난입해 난사… 알카에다 조직원 석방 요구

이라크 바그다드 내 가장 큰 가톨릭교회에서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장괴한이 인질극을 벌이다 진압군과 충돌해 최소 58명이 목숨을 잃는 참극이 벌어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소총으로 무장한 괴한 10여 명이 바그다드에 있는 ‘구원의 성모마리아’ 성당에서 신부와 신도 100여 명을 볼모로 잡고 대치하다 이라크 보안대와 경찰에 진압됐다”고 전했다.

이날 무장괴한들은 인근 증권거래소를 공격해 경비원 2명을 사살한 뒤 경찰에 쫓기다 오후 5시경 성당으로 난입했다. 당시 인질로 잡혔던 마르지나 마티 얄다 씨는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서는데 갑자기 괴한들이 뛰어들어 신부 등 여러 사람에게 총을 난사했다”고 말했다. 당초 성당에는 120여 명이 머물고 있었으나 20여 명은 뒷문 등을 통해 무사히 빠져나갔다.

이후 4시간가량 이어진 인질극은 오후 9시경 보안대 등이 무장진입하며 끝났다. 진압엔 성공했으나 이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라크 보안대 소속 후세인 카말 중장은 “무장괴한을 제외하고 인질과 경찰 등 52명이 숨지고 7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TV에 따르면 괴한 6∼8명도 사망했다. 미 MSNBC방송은 “희생자 중엔 특히 여성 신도가 많았다”며 “괴한들에게 당했는지 진압과정에서 피해를 본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사건을 일으킨 괴한들은 현재 이라크 내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이라크 이슬람국가(ISI·Islamic State of Iraq)’ 소속이 유력하다고 알려졌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인질 교환조건으로 알카에다 조직원 석방을 요구한 점, 참극 직후 ISI가 홈페이지에 ‘이라크 기독교인들을 말살시켜라’는 문구를 내건 점” 등을 증거로 꼽았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목격한 후세인 압둘 아미르 씨(35)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괴한들의 말투가 이라크인과 전혀 달랐다”고 말해 이집트 등 제3국에서 온 테러집단일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 인질극 당시 신도의 안전을 기원했던 바티칸 교황청은 이번 사태를 “잔학무도한 행위”라며 분노를 표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하느님의 집에 모인 비무장 민간인들이 부조리한 폭력에 희생됐다”며 “폭력 종식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구원의 성모마리아 성당은 바그다드에 있는 5개 교회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신도도 많다. 2004년에도 이슬람 무장세력의 습격으로 12명이 목숨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이라크에는 현재 가톨릭 신도가 87만 명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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