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진 “최규하는 소극적 인물” 美에 전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6일 2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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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직후 의사결정 메커니즘 설명
美, 케네디 사건 거론하며 수사결과 조기공개 촉구

1979년 10·26 사건 직후 권력을 승계한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박동진 외무장관은 "소극적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모든 중요 조치들이 몇몇 인사들의 합의를 통해 결정되는 의사결정 메커니즘에 대해 미국 측에 설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장 참석을 위해 방한한 사이러스 밴스 미 국무장관 일행은 과거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과 비교하며 10·26 사건의 수사 결과를 조기에 발표해 불필요한 유언비어가 확산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에 당부했다.

연합뉴스가 26일 입수한 비밀해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박동진 외무장관은 박 전 대통령의 국장이 거행된 그해 11월3일 밴스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나의 판단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고, 나의 언급이 비판적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해하기를 바란다"며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의 리더십에 대해 언급했다.

박 장관은 "박정희 대통령 아래에서 4년 가까이 국무총리로 일한 최 대통령 권한대행은 상황을 이끌어가기보다는 따라가는 스타일의 비교적 소극적인 인물"이라고 평한 뒤 "하지만 솔직하고 진실되며 성실한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최 대행은 목소리를 내는 것을 삼갔고, 개입하는 것을 꺼렸다"며 "하지만 지금 전혀 예상치 못하게 막중한 책임이 그의 어깨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최 대행은 현재 회의를 소집해서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그의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그는 적극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니셔티브를 취하지 않으려 하고 합의에 따르려는 점 때문에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10·26 사건 이후) 지난 일주일동안 최 대행과 노재현 국방장관, 정승화 육참총장, 김종환 합참의장 등 5~6명이 참석하는 조찬 모임이 매일 아침 있었다"며 이 모임을 통해 10·26 이후 사후조치들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외교전문에는 박 장관의 이 발언과 관련해 별도의 주석을 달아 '박 장관과의 다른 협의에서 그는 7~8명이 조찬 모임에 참석했다고 언급했고, 박 장관 자신도 그 모임의 멤버임을 시사했다'고 부연했다.

박 장관은 "조찬모임은 지금까지 질서있는 방식으로, 전혀 불편함이 없이 진행돼 왔고, 최 대행은 이 회의에서 채택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일처리 방식은 유용하며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장관과 밴스 장관의 면담 자리에 배석한 리처드 홀부르크 국무부 아태차관보는 "현재 50여 명의 유력 외신기자들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이 기간의 모든 것들은 세계로 증폭돼서 알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홀부르크 차관보는 그러면서 "10·26 사건 연루자들은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여러 사건들 때문에 여러 해 동안 시달렸다"며 케네디 암살을 둘러싼 여러 음모론 등이 계속 제기됐음을 거론했다.

그는 "이곳의 기자들은 수많은 루머들을 듣고 있고, 이들 루머는 하루빨리 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조속한 10·26 사건 수사와 전모 공개를 촉구했다.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대사도 "10·26 수사 기록과 추후 공판기록까지도 모두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수사 기록 발표는 준비 중이라고 듣고 있다"며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수사 대상인데다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답변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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