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軍 4만-민간 6만명 희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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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 문건 39만여건 또 공개

2003년 3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겠다며 예방적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라크전쟁의 ‘불편한 진실’이 또다시 공개됐다. 고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org)는 23일 39만1832건의 문건을 내놓았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건에는 이라크전에서 발생한 사망자 10만9032명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민간인 사망자는 6만6812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61.3%나 됐다. 이라크 정부에 대한 반군이 2만3984명, 이라크 정부군은 1만5196명이었으며 미군 영국군 등 동맹군은 3771명이었다.

2005년 8월 31일 바그다드의 한 다리 위에서는 몇 차례의 공습으로 공포에 휩싸인 군중이 몰려들면서 950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2007년 8월 14일 시리아 접경지역에서는 트럭을 이용한 폭탄테러로 민간인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특히 2006년 12월 한 달간 쿠르드족 등에 대한 ‘인종청소’로 3800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미군은 검문소에서 단순히 검문을 두려워하거나 수신호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운전자들이 차량을 멈추지 않은 경우에도 민간인인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무차별 총격을 가해 많은 사망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6월 14일 라마디 지역의 해병대 검문소에서는 정지신호를 무시한 차량에 총격을 가해 2명의 아이를 포함한 민간인 7명이 사망했다.

헬리콥터 총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도 상당수 발생했다. 2007년 2월 22일 미군 아파치 헬기 조종사는 공격을 받은 2명의 이라크 반군이 항복할 뜻을 밝혔지만 ‘항공기에 투항할 방법이 없다’는 상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사살하기도 했다.

이라크 군경은 반군에 대한 고문을 자행했고 미군은 이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 기간에 이라크 수용소에서 최소 6명의 수감자가 숨졌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구타와 불고문, 채찍질과 관련한 보고는 수백 건에 이르렀다.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무분별한 군 기밀폭로가 미군과 동맹국 군인, 이라크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만프레드 노박 유엔 고문 특별보고관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서가 고문 방지에 관한 유엔 협약을 명백하게 위반했다는 증거가 된다면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이를 조사할 법적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위키리크스는 내용의 민감성 때문에 공개를 보류했던 1만5000건 이상의 아프가니스탄전쟁 관련 문서를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위키리크스(wikileaks.org) ::

고발 전문 민간 사이트로 2006년 12월 설립됐다. 미군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운영세칙을 폭로했으며 4월에는 미군의 아파치 헬기가 이라크에서 외국인 기자 등 민간인 12명을 사살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어 7월에는 미국으로부터 해마다 10억 달러의 군사지원금을 받은 파키스탄이 뒷전으로는 아프간 반군을 지원해온 사실을 공개했다. 설립자는 호주의 언론인 겸 사회활동가인 줄리안 어산지 씨(39). 12명의 풀타임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핵심그룹이 운영한다. 설립 목적은 정부와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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