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칠레의 감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5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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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는 일이 흔치 않습니다. 요 며칠 칠레에서 전해진 광원 33명의 구조 과정은 보고 또 봐도 감동을 주는 휴먼 드라마였지요.

그들이 지하 700m, 그러니까 63빌딩을 거꾸로 꽂은 것보다 세배는 더 깊은 산호세 광산에 매몰된 것이 8월 5일이었습니다. 처음엔 생존 가능성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칠레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특수한 탐침기로 그들이 갇혀있을 만한 갱도를 수십 번 찔러봤습니다.
그랬더니 17일 만에 땅속에서 툭툭 치는 소리가 들려온 것입니다.

이들이 모두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칠레는 흥분했습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모두를 반드시 구출해내겠다며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69일 만인 13일 0시 11분 첫 구조자가 땅 속에서 살아나오고, 밤 9시 56분 마지막 주인공이 살아 돌아온 것입니다.

칠레가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고, 또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의 바람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생각하면서 극한의 상황을 이겨냈다는 그들의 말에 우리는 내 옆에 있는 '징한 우리 식구들'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는 칠레 대통령의 말에,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를 가진 그 나라 사람들이 눈물나게 부러워집니다.

가장 큰 감동은 역시 맨 마지막에 나오겠다고 자청했던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였습니다.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33명의 광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도록 그는 극도의 침착과 담대함으로 동료들을 이끌었다지요. 엄격한 규율을 세우고, 그러면서도 모든 구성원들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그리고 '당신들은 내가 책임진다'는 리더십을 끝까지 보여줬습니다.

최악의 위기도 우리가 하기에 따라선 신이 준 축복으로,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칠레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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