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자리 中에 넘기는 후보 뽑으렵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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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간선거 너도나도 ‘중국 때리기’ 네거티브 광고
경쟁후보 親중국 몰아 비난… “中적대감 확산 우려”

“패트 투미 후보는 중국에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펜실베이니아 주 민주당 광고)

“잃어버린 일자리 9만1000개가 중국으로 갔습니다.”(오하이오 주 민주당 광고)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광고에서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는 ‘네거티브 전략’이 잇따르고 있다. 상대방 후보가 중국과의 교역을 강화하거나 중국에 유리한 법안을 지지하는 등 지나치게 친중국적 행동을 하는 바람에 미국 국민이 일자리를 잃고 고통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후보 29명이 선거광고에 중국을 등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는 상대편 후보가 중국에 동정적이고 친화적이어서 결과적으로 미국민이 고통을 떠안고 있다고 선전한다.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 선거에 재도전하는 민주당 바버라 박서 의원과 공화당 후보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일자리를 중국에 넘겨줬다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다. 오하이오 주의 잭 스페이스 하원 의원은 공화당 밥 기브스 후보가 자유무역 정책을 지지해 오하이오 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가 중국에 넘어갔다고 공격했다. TV 화면에 큰 공룡이 나타나고 성우는 “중국에서는 ‘기브스 의원님 고마워요’라고 좋아한다”고 말한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에 출마한 스파이크 메이너드 공화당 후보도 닉 라할 민주당 의원이 중국에서 풍력 터빈 관련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법안을 지지했다며 공격하고 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네거티브 전략에 동참했다. 그는 중국 공장의 근로자를 화면에 보여주고 공화당 샤론 앵글 후보가 중국과 인도의 아웃소싱으로 이어진 법인세 우대조치를 지지했다며 “샤론 앵글은 외국인 노동자의 절친한 친구”라고 공격했다.

중국을 공격하는 정치 광고는 비용만도 수천만 달러에 이른다. 중간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미국인이 절실하게 느끼는 일자리 부족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 돌리면서 상대 후보를 헐뜯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상대로 한 네거티브 전략은 미국 정부가 중국에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계속하면서 더욱 늘어났다. 뉴욕타임스는 “광고가 너무 생생하고 그럴듯해 보여 미국민의 중국 적대감을 확산시키고 두 나라의 관계를 더욱 꼬이게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오바마 “공화 광고비 외국기업 돈일 수도” ▼
공화 후보 지원한 美상의 “웃기는 주장… 사실 아니다”


“선거판을 흔들려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미국 국민은 알아야 한다. 이익단체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것을 그저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11월 중간선거를 3주일가량 앞둔 10일 미국에서 외국자금이 상공회의소 같은 이익단체를 통해 미국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의혹을 제기한 것은 다름 아닌 버락 오바마 대통령. 민주당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이 뚜렷한 ‘외국자금 선거 개입’ 논란이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집회에 참석해 “반대편(공화당)에서 비밀스러운 특별단체 자금으로 미국 선거를 훔치려고 한다”며 외국자금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연설에는 수천 명의 흑인 근로계층 지지자들이 모였다. 그는 “공화당에 광고비를 대주는 주체는 석유회사나 보험회사일 수 있고, 심지어 외국 기업일 수 있다”며 “하지만 기부자가 누구인지 공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들이 누구인지 여러분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기업의 선거광고를 익명으로 무제한 허용하는 현 시스템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미 상공회의소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나친 규제정책이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7500만 달러를 투입해 민주당 후보 낙선운동을 공공연하게 펼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것은 단지 민주당에 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미민주당위원회(DNC)도 TV광고에서 “상의가 공화당 후보를 몰래 지지하기 위해 외국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 광고는 상의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공화당 선거를 지휘하는 칼 로브와 에드 길레스피를 동시에 공격하면서 “민주주의 강탈을 중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외국자금 선거 개입 의혹 논란에서 응집력이 약화되고 있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판세를 반전하려는 여권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톰 콜러모어 상의 대변인은 “웃기는 주장이고 사실이 아니다”며 “외국기업 기부금은 2억 달러가 넘는 상의 운영자금에서 10만 달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며 이것도 국제프로그램에 사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정치고문을 지낸 칼 로브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근거 없는 공격으로 권위를 훼손하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데이브드 엑셀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CBS 시사대담프로그램에서 “상의가 민주당 주장이 잘못됐다는 증거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문제는 상의가 돈 출처를 공개하지 않는 데 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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