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역사학자 “히틀러는 후방 연락병… 냉대 받던 겁쟁이였다”

  • Array
  • 입력 2010년 9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1차대전 신화는 조작-과장된 것”

전선의 후방에서 연락병 임무를 수행하는 아돌프 히틀러. 이 사진은 영국 역사학자 토머스 위버 애버딘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그의 전기 ‘히틀러의 첫 번째 전쟁’에서 처음 공개됐다. 사진 출처 데일리 메일
전선의 후방에서 연락병 임무를 수행하는 아돌프 히틀러. 이 사진은 영국 역사학자 토머스 위버 애버딘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그의 전기 ‘히틀러의 첫 번째 전쟁’에서 처음 공개됐다. 사진 출처 데일리 메일
“아돌프 히틀러는 전쟁영웅이 아니라 ‘후방의 겁쟁이 돼지’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목숨을 걸고 전선의 참호를 누벼 철십자훈장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진 히틀러가 사실은 안전한 후방에서 우편물을 배달했던 편한 연락병이었으며 동료 병사들로부터 조롱을 당했다는 내용을 담은 전기가 16일 발간됐다.

영국 역사학자 토머스 위버 애버딘대 교수가 바이에른 전쟁기록보관소에서 처음 발견한 기록 등을 토대로 쓴 전기 ‘히틀러의 첫 번째 전쟁’에 따르면 히틀러의 신화는 대부분 나치와 극우주의자들이 과장하거나 조작한 것이라고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이 전했다.

바이에른 보병 제16 예비연대 연락병이었던 히틀러는 최전선의 중대나 전투부대를 돌아다녔던 위험한 중대 연락병이 아니라 전방에서 약 5km 떨어진 후방의 연대 사령부 간 우편물을 편안하게 나르며 남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은 한가한 연락병이었다. 그래서 ‘화가’나 ‘예술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이는 같은 연대 연락병이었던 동료가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혀졌다. 또 전기는 히틀러가 용감한 동료애로 인기가 많았다는 평과 달리 연대에서 외톨이나 겁쟁이로 조롱을 당했다고 적었다. 연대의 전투병들은 히틀러를 ‘후방의 돼지’라고까지 표현했다는 것. 1934년 히틀러의 한 지지자가 쓴 엽서에는 히틀러가 전투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히틀러가 16연대의 동료를 대거 모아 나치당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과장됐다고 한다. 연대에서 나치당에 참여한 사람은 2%에 불과했다.

히틀러의 용맹성을 말하는 주요 근거로 제시돼 온 철십자훈장에 대해 저자는 “당시 철십자훈장은 전투 동료보다 사령부 장교의 추천으로 받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 지적했다. 히틀러의 한 동료는 1933년 남긴 메모에서 “히틀러의 진짜 군 생활은 그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며 조작된 그의 신화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