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범 도조 체포 순간’ 65년만에 재조명

동아일보 입력 2010-09-13 03:00수정 2011-04-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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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피하려 자택서 권총자살 시도… 체포했던 미군 뒤늦게 훈장 받아 1945년 9월 11일 오후 4시경 일본 도쿄(東京) 세타가야(世田谷) 구의 한 조그만 집 주변으로 미국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이 집 주인은 태평양전쟁 전범으로 전 일본 총리를 지낸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이날 바로 몇 시간 전 일본점령군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전범 도조 체포령을 내렸다. 뒤이어 미군 방첩대(CIC) 소속 군인들도 도착했다.

몇 분 뒤 집안에서 총성이 울렸다. CIC 중위 존 윌퍼스 2세가 도조의 방으로 급히 뛰어올라 갔다. 닫힌 문을 발로 박차고 들어간 윌퍼스 중위의 눈에는 긴 의자에 누워 눈을 희미하게 뜨고 있는 도조가 보였다. 그의 왼쪽 가슴 밑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오른손엔 32구경 콜트 권총이 쥐여 있었다. 자살을 기도했으나 중상을 입는 데 그쳤다. 윌퍼스 중위는 도조에게 총을 겨누고 그의 손에서 콜트 권총을 빼냈다. 이 장면을 당시 미군이 발행하던 주간지 ‘양크(Yank)’의 기자가 찍어 기사와 함께 실었다. 윌퍼스 중위는 적잖은 유명세를 탔다.

윌퍼스 중위는 이후 자신이 도조를 현장에서 체포한 군인이었다는 사실을 어디에서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1970년대 대학에 다니던 그의 둘째아들이 도서관에서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책을 읽다 우연히 이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지 다른 가족도 몰랐다.

65년간 잊혀졌던 윌퍼스 중위와 그 사건은 올해 2월 그의 무훈을 인정한 미 국방부가 그에게 동성(銅星)무공훈장을 뒤늦게 수여하면서 다시 알려졌다. 국방부는 “그의 용기 덕택에 전범재판을 회피하려던 도조의 시도는 무산됐고 사형에 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 90세가 된 윌퍼스 씨는 10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 방문을 걷어차고 들어간 사람이 우연찮게도 나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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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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