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산사태, 한집안 53명 한꺼번에 삼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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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라도 다 찾았으면”…살아남은 가족 망연자실사망자 1117명으로 늘어

중국 간쑤(甘肅) 성 저우취(舟曲) 현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한 마을에 살던 3대에 걸친 일가친척 53명이 한꺼번에 희생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1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주민 2000여 명이 거주하는 저우취 현 웨위안(月圓) 촌은 8일 발생한 산사태로 마을 대부분이 매몰됐다.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마을 전체가 흔적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묻혀 생존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참상을 전했다.

특히 극소수의 생존자 중 류지친(劉吉琴·여) 씨는 부모 오빠 남동생 등 직계는 물론 사촌 형제를 포함해 친척 53명이 희생됐다고 말했다. 외지에서 교사로 일하는 류 씨의 사촌 동생은 추석에 고향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미리 와 준비하다 변을 당했다. 류 씨의 아버지는 2008년 5월 쓰촨(四川) 성 원촨(汶川) 대지진의 진동으로 집에 균열이 생겨 일생 동안 모아온 40만 위안(약 6800만 원)을 모두 투자해 최근 새로 집을 지었는데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류 씨의 남편은 “나는 란저우(蘭州)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어 화를 면했지만 일가친척이 모두 숨진 아내는 너무 울어 이제 눈물도 말라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구조대원이 구조 작업을 벌이던 중 류 씨의 아버지는 11세 된 손자를 자신의 몸으로 감싸 손자는 아무런 외상을 입지 않은 채 잠자는 듯한 모습으로 숨져 있었다. 하지만 류 씨의 아버지는 산사태로 밀려 내려온 돌더미에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 참혹한 모습이었다고 구조대는 설명했다. 류 씨는 “희생된 친척 모두의 시신을 찾아 합장을 지내 주는 것이 참변을 당한 가족과 친척에 대한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사태 발굴 작업이 진행되면서 11일 현재 사망자는 1117명으로 늘고, 실종은 627명으로 집계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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