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20여 년 전 인종차별 발언을 문제 삼아 성급하게 흑인 여성공무원을 해고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공개 사과하는 망신을 당했다.
민감한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선 주인공은 셜리 셰러드 전 농무부 농촌개발국장(사진). 흑인인 그는 24년 전인 1986년 조지아 주에서 열린 전미유색인종향상협회(NAACP) 행사에 참석해 발언한 내용이 최근 인터넷에 공개된 뒤 하루아침에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혔다. 보수 성향의 블로거가 편집해 공개한 문제의 동영상에서 셰러드 전 국장은 “농지를 잃을 위험에 처한 농부가 나를 찾아왔으나 그가 백인이라서 돕는 데 주저했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당시 셰러드 전 국장은 흑인 농부를 돕는 비영리단체에 몸담고 있었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그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셰러드 전 국장은 톰 빌색 농무장관의 사퇴 종용에 따라 결국 19일 해고됐다. 오바마 행정부와 언론, 심지어 자신을 연설자로 초청했던 인권단체들조차 한목소리로 그를 비난했다.
하지만 20일 밤 NAACP가 편집되지 않은 전체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오해가 완전히 풀렸다. 셰러드 전 국장은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결국에는 백인 농부가 땅을 지킬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4년 전 인종차별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던 백인 농부도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면 모든 것을 잃었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셰러드 전 국장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누명을 벗고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의 블로거가 의도적으로 왜곡 편집한 동영상만 믿고 성급하게 셰러드 전 국장을 해고한 오바마 행정부는 21일 정중한 사과와 함께 복직을 제안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셰러드 전 국장이 물러난 것은 부당하며 실수였다”고 인정한 뒤 “행정부를 대표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사퇴를 종용했던 빌색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 사과했다. 빌색 장관은 아울러 이틀 전 해고된 셰러드 전 국장에게 농무부의 시민평등권을 담당하는 보직을 제안했다. 셰러드 전 국장은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농무부에서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고 싶지 않다”며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직접 사과를 받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대화는 원한다”고 덧붙였다.
기브스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태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셰러드 전 국장의 해고에 백악관이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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