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 닮아가는 멕시코갱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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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접경 지역서 첫 차량폭탄테러… 경찰 등 4명 사망

“멕시코 마약갱단들은 ‘제2의 알 카에다’가 될 것인가.”(AP통신)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이 펴 온 ‘마약과의 전쟁’에 극렬히 저항해온 갱단들이 최근 차량폭탄 공격 등 무력범죄 수위를 높여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17일(현지 시간) “미 접경지역인 멕시코 북부 시우다드후아레스 시에서 16일 오후 차량폭탄 사고가 터져 경찰 및 시 공무원 3명과 갱단 조직원 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시우다드후아레스 시는 시내 점포들이 해만 지면 문을 닫는 도시이다. 하지만 차량폭탄 테러가 일어난 건 멕시코에선 처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전투교본을 그대로 적용한 듯 수법이 닮았다. 직접 제조한 플라스틱 폭탄을 차량에 설치한 뒤 휴대전화로 원격조종했으며, 경찰 제복으로 위장한 조직원이 경찰을 유인해 동반 자살했다. 시내에서 사건을 저질러 공포감을 조장하거나 인근 벽에다 예고 낙서를 남긴 점도 비슷하다. 호세 레예스 시장은 “이라크에서나 봄 직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마약갱단이 범죄조직을 넘어 테러집단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미 CBS는 “갱단의 범죄수위 상승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3월 액체폭탄을 취급하는 멕시코 내 미 화학공장을 습격하는 등 갱단들은 지난해부터 폭탄 부품 및 재료를 끌어 모았다. 과거 갱단들은 경찰이 기습하면 소총이나 수류탄으로 대응하는 정도였으나, 최근엔 박격포나 사제폭탄 등 중무기를 강화하고 먼저 공격하는 사례도 늘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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