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하지 마라”…대만, 中 겨냥 이례적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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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하지 마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2일 단호한 어조로 중국에 날을 세웠다. 2008년 5월 취임 이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회복을 강력히 추진해온 마 총통이 중국을 겨냥해 직접 반발하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대만이 다른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것을 반대한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가 대만에서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등 대형 악재에도 비교적 순탄했던 양안 관계가 첫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발단은 중국이 제공했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우리와 국교를 맺은 나라가 대만과 민간 경제무역을 하는 데는 이의가 없으나, 어떠한 형식이든 관변적 왕래를 하는 데는 결연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대만이 중국과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서명한 뒤 다른 나라와 FTA를 추진하려는데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 소식이 대만에 알려지자 야당 민진당은 물론 여당인 국민당 인사들도 즉각 반발했다. 급기야는 마 총통까지 합류했다.

마 총통은 "중화민국(대만)은 주권독립의 국가로 아주 많은 나라와 조약과 협정을 맺었다"며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 다른 회원국과 FTA를 체결할 권리가 있고 이 권리를 행사할 때 방해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무역은 대만의 생명이고, 무역이 없으면 대만도 없다"고 말했다. 마 총통은 공개적으로 중국을 향해 "우리가 주요 무역상대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BBC와의 회견에서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1989년 6월 4일 톈안먼(天安門)사태를 "중대한 인권 침해사건"이라고 말했다.

우둔이(吳敦義) 행정원장(총리)도 이날 "대만은 어떠한 협정서에도 서명할 권리가 있다"고 중국에 반박했다.

비난의 화살은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는 ECFA에 미치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은 "중국의 발언은 ECFA 체결을 반대하는 게 옳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ECFA에 긍정적인 기대만 해온 사람들은 이참에 생각을 다시 해봐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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