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제난이 터키와 400년 앙숙 청산 공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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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확대 등 21개 新협정 서명… 적대관계털고 화해협력시대로

터키와 그리스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로 다짐했다. 두 나라는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그리스 식민지배 역사와 영토분쟁, 사이프러스 등 문제로 400년 가까이 앙숙으로 지내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각료 10명과 경제인 100여 명 등 300여 명의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그리스를 방문해 14일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고위급 회담을 갖고 불법이민, 관광, 경제협력 등 21개의 협정에 서명했다. 양국이 체결한 협정에는 연간 80억 m³의 아제르바이잔산(産) 천연가스를 터키를 거쳐 서유럽 지역에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사업도 포함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또 터키는 그리스와의 연간 교역규모를 50억 달러로 2배로 늘리고, 경제난에 처한 그리스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이 서명한 협정의 깊이와 폭은 이번 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잘 보여준다”며 “과거사 문제가 있지만 양국은 평화와 협력의 기초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총리도 “이제 역사가들은 두 고대 문명이 평화와 우정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음을 기록해야 할 것”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경제위기 때에는 일반적으로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는데 그리스와 터키는 이를 화해의 기회로 삼았다”며 “경제위기가 그리스와 터키의 불편한 관계를 녹였다”고 지적했다.

관심을 모았던 국방비 상호 감축안은 이번 회담에서 구체화되지 않았다. 두 나라는 1996년 전쟁 직전 상황까지 갔고, 지금도 에게 해 상공에서 두 나라 전투기들이 서로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며 위협비행을 벌이는 등 영토분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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