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남유럽發 금융 충격파… 영국까지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7일 03시 00분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
세계 증권-외환시장 요동
“英신용등급 하향 경고”
코스피 34P↓ 1700 붕괴
달러환율 25원↑ 1141원

남유럽 재정위기가 재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 6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시장지표를 점검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34.04포인트 급락한 1,684.71로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25.80원 급등한 1141.30원으로 장을 마쳤다. 김재명 기자
남유럽 재정위기가 재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 6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시장지표를 점검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34.04포인트 급락한 1,684.71로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25.80원 급등한 1141.30원으로 장을 마쳤다. 김재명 기자

남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솟아오르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유럽과 미국에 이어 아시아 증시가 추락했고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도 1,700 선이 무너졌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약 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순매도에 나섰고 원-달러 환율은 20원 넘게 급등(원화가치 급락)했다.

6일 종합주가지수는 남유럽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도미노 위기설’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4일보다 34.04포인트(1.98%) 떨어진 1,684.71로 마감됐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7400억 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4일 종가보다 25.80원(2.31%) 상승한 1141.30원으로 장을 마쳐 지난해 7월 12일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11% 곤두박질쳤으며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3.27%, 대만 자취안지수는 1.53% 떨어졌다. 이에 앞서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4, 5일에 걸쳐 2% 넘게 하락했고 유럽 각국 증시도 이틀간 최대 5%가량 급락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PIGS 사태에도 큰 동요 없이 비교적 안정된 움직임을 보였던 국내 주가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알려진 악재였던 남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한 것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포르투갈 국가신용등급의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영향이 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춘 데 이어 나온 조치여서 불안심리를 크게 부추겼다. 투자자들은 ‘유로존에서 국내총생산(GDP) 규모 4위권인 스페인도 조만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6일 총선을 치른 영국에서 어느 당도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없을 만큼 각축전을 벌이는 점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악재로 작용했다. 재정적자가 심각한 영국에 다수당이 나오지 않으면 현재 마련 중인 재정긴축법안의 통과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이미 영국 정부에 대해 강력한 재정긴축안을 내놓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그리스가 위기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자금을 받는 대가로 그리스가 공무원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동결하고 세금을 인상해야 하지만 그리스 국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채무상환 능력이 없는 그리스에 단순히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전문가들은 그리스에 대해 채무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기회복세가 뚜렷하고 재정 사정도 유럽보다 양호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고 일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급격한 신용경색을 야기하며 국제금융시장에 단기간에 큰 충격을 줬지만 이번 재정위기는 그에 비하면 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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