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개혁전쟁 방아쇠 당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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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의사진행방해 포기
상원 심의 길 열려

월가를 겨냥한 금융개혁법안에 대해 미 공화당이 더는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상원에서 본격적으로 심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8일 “공화당이 금융개혁법안 상정에 마침내 동의했다”며 “29일부터 심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우리의 노력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며 “월가에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심의과정에서 법안 내용을 개선하겠다는 민주당의 다짐이 진심이기를 기대한다”며 “당파적 대결은 이제 끝났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필리버스터 중단 소식을 듣고 “나는 금융개혁법안을 진행시키기 위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누구와도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고 반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지만 월가 로비스트들에 의해 법안이 고쳐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민주당은 금융개혁법안 상정을 위해 연이어 표결을 추진했고 그때마다 공화당은 똘똘 뭉쳐 반대표를 던져 법안 상정을 막았다. 이날 실시된 세 번째 표결에서도 찬성 56표, 반대 42표가 나와 민주당은 법안 상정에 필요한 찬성 60표를 얻지 못했다. 현재 상원 의석 분포는 민주당이 59석, 공화당이 41석이다.

민주당은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화당=월가 옹호세력’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부각하기 위해 사흘 연속으로 표결을 강행하며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를 역이용했다. 또한 민주당은 공화당이 월가 개혁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28일 밤샘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불리하다고 판단한 공화당은 마침내 상정을 허용한 뒤 심의과정에서 법안을 대폭 수정하는 쪽으로 전술을 바꿨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민주당의 리드 원내대표는 공화당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금융개혁법안이 상정되면 다수의 공화당 수정안을 표결에 부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로써 월가 개혁을 가로막던 하나의 큰 걸림돌을 넘어섰지만 금융개혁법안이 최종 통과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주당 소속 벤 넬슨 의원은 최근 세 차례의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반대표를 던진 바 있어 민주당은 그의 우려를 해소하든지, 아니면 공화당 의원 2명을 전향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상원 심의는 29일부터 시작돼 최소 2주일간 진행된다. 양당 의원들은 많은 수정안을 쏟아내며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지나친 규제는 경제활동을 억압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반면에 민주당은 월가 개혁을 위해서는 더 강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개혁법안은 정부가 금융시스템과 주식시장에 위협이 되는 금융회사의 문을 닫게 하는 권한을 갖고 악덕 대출 관행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소비자 보호기구를 신설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파생상품 거래를 더 엄격히 규제하고 헤지펀드를 감시하는 권한도 생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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