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發 독감 퍼지나”… 유로존 국채금리 일제히 폭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9일 03시 00분


포르투갈-스페인마저…
그리스發 우려 확산에 긴장
유로화 가치 1%이상 하락

엇갈리는 전망
유로 단일통화권 위기감
EU측 “공중분해는 기우”


‘그리스와 포르투갈 국채금리 급등, 유럽 각국 주가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 미국 다우지수 11,000선 붕괴, 유로화 1년래 최저치로 폭락, 공포지수 급상승….’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7일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이어 28일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강등함에 따라 그리스발 재정위기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의 신용등급에 잇달아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취약한 다른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국가도 향후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P는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나 채무조정 상황에 처할 경우 그리스 국채 보유자들은 최대 50%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등급인 정크본드 등급으로 강등됐다는 소식에 유럽을 비롯한 세계증시는 폭락세를 보였고 유로존 국가의 국채금리가 줄줄이 올랐다. 유로화는 급락했다.

○ 요동치는 금융시장

그리스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알려진 직후 영국 런던 금융시장에서 2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4.78%포인트 급등한 18.71%를 나타냈다. 2001년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한 이후 최고치다. 아일랜드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3.93%로 0.75%포인트 뛰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각각 0.31%포인트, 0.15%포인트 올랐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이날 급등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CDS 프리미엄이 전일 대비 각각 1.11%포인트, 0.54%포인트 올랐다. CDS는 디폴트에 대비하는 보험 성격의 파생금융상품으로 디폴트 위험이 커질수록 프리미엄이 오른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는 이날 31%나 급등해 2월 1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8일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개장 직후 35포인트(2%)가 넘는 급락세를 보이다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15.64포인트(0.89%) 떨어진 1,733.91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종합주가는 2.57% 하락했다. 이에 앞서 27일(현지 시간) 영국 FTSE100지수가 2.61%, 프랑스 CAC40지수가 3.82%,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90%, 나스닥지수가 2.04% 떨어졌다. 28일 개장한 영국 FTSE100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는 다소 충격에서 벗어나 각각 보합세와 1.5% 하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1%가량 하락했으며 일본 엔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도 2.2%나 떨어졌다.


○ 확산되는 재정위기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그리스나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국가부도 사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 걱정하는 유로존의 연쇄 부도사태는 기우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포르투갈 사례처럼 그리스 재정위기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리스의 불만 끈다고 위기가 끝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미국 JP모간의 분석가 스튜어트 슈바이처 씨는 “투자자들은 유럽에서 일어날 것으로 상상하지 않았던 위험에 대해 점점 더 많이 걱정하고 있다”며 “국가 간 전염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포르투갈 스페인 등은 현재의 재정지출을 유지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유로존 회의론 대두


전문가들은 향후 재정위기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으로 확산될 경우 천문학적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클레이캐피털의 피에로 게치 이코노미스트는 “이럴 경우 그리스 지원에 900억 유로, 포르투갈 지원에 400억 유로, 스페인 지원에 3500억 유로가 각각 필요하다”며 “실로 엄청난 금액”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던 케네스 로고프 씨도 “이들 3개국을 지원하려면 IMF가 2000억 달러를 쏟아 부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유로존 국가들의 연쇄부도가 현실화하면 유로존이 지금처럼 단일통화권으로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유로존이 공중 분해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고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앞으로 15∼20년 뒤 유로화가 쪼개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 ECB 측은 “그리스 위기를 유로화 사멸과 연결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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