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치과에 가려고 차에 시동을 걸었는데 갑자기 차가 흔들리고 거리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쥐 7마리가 제 차 밑에서 튀어나오는 게 아닙니까. 차를 후진했더니 2마리가 더 나왔습니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사는 리로이 워싱턴 씨가 최근 며칠 간 거리에 세워 뒀던 자신의 도요타 아발론 승용차에 탔다가 겪은 일이다. 어퍼이스트사이드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유명 TV시리즈 '섹스앤더시티'와 '가십 걸'의 배경이자 추억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무대였던 최고급 아파트들이 즐비한 뉴욕 최고 부촌(富村).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과 생활비로 이름난 이곳이 최근 난데없는 쥐 떼 출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전했다.
워싱턴 씨는 차를 자동차정비소에 보내 엔진 등 모든 부품을 샅샅이 점검한 뒤 쥐들이 스용차 안의 전기 배선을 모두 갉아 먹고 아예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는 "이 동네에 쥐가 없었던 적은 없지만 이 지경이었던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쥐들은 고급 아파트 구석구석과 어느 곳보다 청결해야 할 식료품 점 진열대에까지 서슴없이 나타나고 있다. 동네 식료품점인 T&Y는 쥐들이 식료품을 포장한 비닐을 찢고 야채 등을 갉아 먹어 아예 상품들 모두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진열하기 시작했다.l
해가 지면 이 동네 쥐들은 더 대담해진다. 1976년부터 이곳에 살고 있는 존슨 씨는 "밤에 쥐들이 무리지어 다니는 것을 보면 꼭 거리가 통째로 움직이는 것 같다. 얼마나 우글거리는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쥐 떼가 출몰하는 원인을 두고 벌어지는 신경전에 주민들은 더 지친다. 주민들은 3년 전부터 근처 2번가에서 벌어지는 지하철 공사를 의심하며 이를 감독하는 뉴욕교통공사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사는 2번가에 버려진 빈 건물들 탓이라며 오히려 건물주들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쥐는 사람과 같아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스스로 원치 않으면 어디로 가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뉴욕시 보건위생국을 자문하는 쥐 전문가 바비 코리건 씨는 "건설 현장에 쥐가 많다는 막연한 생각에는 사실 어떤 과학적인 증거도 없다"고 신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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