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억 유로? 그리스 重病에 반창고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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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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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추가지원 불가피”
IMF-EU 나서 치료 못하면
유로존-세계경제 다시 위기


“450억 유로의 구제금융으로 그리스는 2011년 초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엔? 이 자금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답변은 ‘아니요(no)’다.”

그리스가 유럽연합(EU) 및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에 대해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한 시장의 반응이다. 거액의 지원금이 수혈될 예정인데도 그리스 국가부도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 속에 유로화의 존폐 여부까지 거론된다.

○ 급한 불은 껐는데…

23일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 발표 직후 2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잠시 급락세를 보였으나 다시 반등해 10.23%까지 올랐다. 22일 최고치(10.56%)에 근접한 수치다.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8.67%로 소폭 하락에 그쳤다.

이는 구제금융이 시간벌기용 땜질 처방일 뿐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그리스의 빚 규모와 증가 속도 때문에 추가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유럽신용관리(ECM)’의 로스 팸필런 대표는 “이번 지원은 치료가 아니라 반창고를 붙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일단 85억 유로의 외채 만기가 도래하는 다음 달 19일 이전에 IMF와 EU의 자금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MF와 EU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 달 6일까지 구체적인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각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이를 통과시키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독일 등에서 반대 목소리가 거세질 경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소지도 있다. 회원국 중 가장 많은 84억 유로를 부담해야 하는 독일은 5월 9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금 부담을 우려하는 유권자들의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독일이 지원을 거부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스 내부 잡음도 시끄럽다. 그리스 노조는 IMF가 정부보다 더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자 “다음 달 초 또다시 대규모 파업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 유로존과 세계경제 또다시 흔들?


IMF와 EU가 나섰는데도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는 유로존은 물론이고 세계경제를 흔드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25일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향후 주요 20개국(G20)의 경제전략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우려한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24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 등과 만난 자리에서 “조속한 금융구제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IMF는 그리스의 요청에 신속하게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소위 ‘PIGS’ 국가로 확산되면 유로존이 붕괴할 수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스페인은 그리스가 아니다”라며 여파 차단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유로화는 지난 5개월간 달러 대비 12% 하락한 상태.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유로화가 공중 분해될 수도 있다”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그리스가 경제 회생에 실패할 경우 유로존에서 탈퇴시켜야 한다는 강경론도 여전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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