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에 성난 시위대 5000명 대통령 사임 요구
내무장관 피살설-부총리는 인질로… 국가비상사태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하는 등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방송국과 의회를 점거했으며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가 강경진압에 나섰고, 시위대도 총기를 탈취해 무장하는 등 시위가 과격화되고 있다. 내무장관도 시위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 수도 지방 등 곳곳 유혈충돌
7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는 시위대 3000∼5000명이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며 정부청사를 향해 몰려갔다. 이들은 ‘부패정부 타도’ ‘바키예프는 물러나라’ 등을 외치며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거리행진 과정에서 차량을 전복시키거나 불을 질렀고, 이후 국영 방송국을 점거한 채 시위를 계속했다. 이들은 의회도 점거했다. 시위는 또 나린, 토마크 등에서도 발생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시위는 6일 서북부의 소도시 탈라스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한 시위가 수도로 확산된 것. 첫 시위를 주도했던 야당 지도자 및 반정부 인권운동가 10여 명이 중범죄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에 격분해 시위 참가자 수가 급격히 불어났다.
성난 군중에게 밀려 한때 무기까지 빼앗겼던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총탄 등을 사용하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그래도 시위대를 막을 수 없자 경찰 저격대원들은 정부청사 지붕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경찰 부상자도 80여 명에 이른다.
다급해진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불법시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후 탈라스에서는 시위대에 인질로 잡혀있던 몰도무사 콘간티예프 내무장관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시위대가 “비슈케크의 시위 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그를 집단폭행했고, 쓰러진 장관이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숨졌다는 것. 내무부는 이 보도를 부인했지만 시신을 봤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아킬베크 자파로프 부총리 역시 이들에게 인질로 잡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경제난에 부정부패로 시위폭발
빈국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정부가 1월 공공요금을 최대 5배까지 줄줄이 인상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국민의 불만이 고조돼 왔다. 여기에 현 정부의 부정부패와 무능, 족벌정치 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시위로 폭발했다.
1991년 구소련에서 탈퇴해 독립했다. 2005년 장기집권 속에 독재정치를 해온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을 몰아내는 ‘튤립혁명(혹은 핑크, 레몬혁명)’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대 속에 취임한 바키예프 대통령이 개혁에 실패하고 언론 및 야당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면서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다시 불붙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키르기스스탄에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공군기지를 배치한 곳이다. 러시아도 우려를 표시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법치를 존중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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