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없는 세상, 스타트” 감축 도미노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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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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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정상 새 핵무기감축협정 합의 의미와 파장
中-佛-英-印 등 다른 핵 강국
“안보상 필요” 쉽게 포기 못해
클린턴 “핵 비확산 진전 의지”
北 -이란엔 압박효과 있을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6일(미 현지 시간) 합의한 새 핵무기감축협정은 과연 ‘핵 없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까.

협정 내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미국과 러시아의 두 정상이 이번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20세기 냉전시대를 휩쓴 핵전쟁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두 나라가 상호신뢰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 협정이 다른 핵무기 보유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가는 첫걸음

두 정상이 합의한 새 핵무기감축협정은 지난해 12월 만료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하는 것이다. 큰 뼈대는 현재 2200기의 장거리 핵탄두를 30% 감축해 1500기로 줄이고 지상 및 해상배치 미사일 등을 기존의 1600기에서 절반인 800기로 감축하는 것이다. 두 나라는 계획대로 핵무기 감축을 이행했는지에 대한 검증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이번 협정이 이처럼 늦어진 것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프로그램을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측은 미 정부가 추진하는 MD 프로그램 계획에 대해서는 실험이나 개발 배치 등에 대해 제한하지 않기로 최종 합의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별도 성명을 통해 미국이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MD프로그램이 추진될 경우 새 협정을 파기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새 협정을 발판으로 4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좀 더 진전된 합의를 도출해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앞으로 다른 핵무기 강국인 중국과 영국 프랑스 등도 새로운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 핵무기 감축 도미노 현상 나타날까

군사전문가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이번 협정이 다른 나라의 핵무기 감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실질적 감축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핵 감축 의지를 분명히 해 북한과 이란 등에 핵무기 개발 포기를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유럽 국가들은 유럽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를 제거하는 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핵 보유국이나 보유 의심국들이 ‘안보상 불가피한 이유’를 들어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거나 대규모 감축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대량 감축이 되더라도 핵 초강대국인 양국이 보유한 핵무기 규모가 여전히 압도적인 데다 핵 보유국이 비핵국가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실질적이고 확실한 보증이 없기 때문이다. 또 인도-파키스탄,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분쟁 및 대립 양상 등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하거나 유혹하는 요인도 산재해 있다.

더욱이 핵 보유국이 완전히 핵을 폐기할 준비가 돼 있는 상황도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 모두 자체 핵무기 성능 향상을 선언했다. 영국은 현재 핵잠수함 3척을 건조 중이다.

프랑스 역시 핵무기 유지 의사가 있으며 중국은 새 미사일과 탄두 개발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이 아니어서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있지만 NPT에서 이미 탈퇴한 상태다.

○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북한과 이란 핵 경고

클린턴 장관은 26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 감축협정 타결을 공식 발표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협정은 전 세계, 특히 북한과 이란에 미국과 러시아의 최우선 정책 중 하나가 글로벌 비확산 체제의 강화와 핵물질 이전 금지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 협정은 NPT 체제 아래에서 핵 비확산을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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