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戰 지휘” 오바마 해외순방 또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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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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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원 표결 앞두고 외교적 결례도 불사

오바마, 백악관 정원서 일자리 법안 서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8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180억 달러 규모의 일자리 창출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오바마, 백악관 정원서 일자리 법안 서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8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180억 달러 규모의 일자리 창출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개혁법안의 의회 처리를 막판까지 독려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호주, 괌 순방 일정을 6월로 연기했다.

당초 18일부터 24일까지 잡아놨던 순방 일정을 21∼25일로 연기한 후 다시 6월로 두 차례나 늦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 연기는 21일 미 하원에서 예정된 건강보험개혁법안의 표결을 막판까지 지원하고 투표 순간을 워싱턴에서 지켜보기 위한 것이다. 백악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외교적인 결례를 하면서까지 외교관계보다 미국 국내 정치상황을 더욱 중시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해외순방 연기 결정을 발표한 18일(현지 시간)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과 얘기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대통령이) 얼마나 강하게 건강보험개혁법안의 의회 처리를 원하는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지금 있어야 할 곳은 법안이 통과될 워싱턴이어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와 호주 정상들에게 건강보험개혁법안 처리가 최우선 순위라고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또 “국제동맹은 미국의 안전과 경제발전에 중요한 사안이지만 건강보험개혁법안 의회 통과는 역사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이 ‘전투’가 진행되는 것을 막판까지 지켜보기로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역사적인 의회 표결을 앞두고 외국 순방에 나서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연기해야 한다”며 그동안 순방을 미룰 것을 압박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말에는 크리스마스휴가를 미루고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된 것을 백악관에서 지켜본 뒤에야 휴가지인 하와이로 떠난 적이 있다.

의회에서는 21일 하원 표결에 이어 다음 주 초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공화당과 표 대결을 벌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워싱턴을 벗어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백악관 측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1967년부터 1971년까지 어린 시절을 보낸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고향 방문’에 큰 기대를 걸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은 고향 방문이라는 점 외에 인도네시아가 테러리즘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정치 일정을 이유로 2차례나 막판에 순방 연기를 결정함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이 빛바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한편 미 의회 내 중립기구인 의회예산국(CBO)은 이날 민주당이 주도하는 건강보험개혁법안이 입법화될 경우 향후 20년 동안 1조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 감축 효과가 나타나고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3200만 명이 추가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이날 공개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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