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대규모 親탁신 시위 ‘폭풍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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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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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100만명 운집” 소문도시 곳곳에 군경 검문소긴장감 고조… 공항 한산한국 교민 외출 주의보

태국이 또다시 대규모 시위 폭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2일 수도 방콕의 관문인 수완나품 국제공항에는 경찰관 수가 평소보다 대폭 늘어나는 등 경계태세가 강화됐다. 14일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자들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입국자가 줄어 공항은 한산한 가운데 긴장감이 흘렀다. 현지 영문일간 네이션은 “태국은 이제 늘 불안한 가운데 살아야 하는 저주받은 국가가 됐다”고 꼬집었다.

○ 4년 동안 탁신 지지-반대 시위 반복

탁신 전 총리 지지 단체인 ‘독재저항민주주의연합전선(UDD)’ 회원 6500여 명은 이날 방콕에서 시위를 벌였다. 또 탁신 지지자 3만 명이 지방에서 방콕으로 이동을 시작하는 등 시위대가 속속 모여들고 있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는 UDD는 “14일 시위엔 100만 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면 정부는 시위 참가 규모를 10만 명 정도로 예상했다. 탁신 전 총리는 이날 두바이를 떠나 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캄보디아에 도착했다고 네이션이 전했다.

태국 정부는 “폭력시위는 엄단하겠다”며 비상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방콕 등지에는 11일부터 군부대가 시위대를 통제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이 적용돼 5만여 명의 군경 병력이 정부청사와 공항 등 주요 시설에 배치됐다. 방콕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에는 검문소가 설치되고, 일부 학교는 휴교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남부 도시 수랏타니에서 이날 3개의 작은 폭발물이 터져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피싯 총리는 13∼17일로 예정된 호주 방문을 취소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 미국 등 35개국 정부는 태국 방문을 자제하고 현지 교민들은 가급적 외출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주태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지금은 조용히 시작되고 있지만 13, 14일에 시위가 절정에 이를 것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태국에서는 2006년 2월 탁신 전 총리의 탈세 등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이후 4년여 동안 ‘레드 셔츠’로 불리는 탁신 전 총리 지지자들과 ‘옐로 셔츠’로 불리는 탁신 전 총리 반대자들의 시위가 반복되고 있다. 2008년에는 ‘옐로 셔츠’가 3개월여 동안 시위를 벌였고, 지난해에는 ‘레드 셔츠’의 시위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정상회의가 무산됐다.

○ 도농·빈부 간 갈등이 근본 원인

이번 시위는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탁신 전 총리의 자산 약 14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몰수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도농·빈부 간 갈등이 시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탁신 전 총리 지지자들은 대부분 농민이나 도시 빈곤층이다. 2001년 집권한 탁신 전 총리는 농민·빈곤층의 의료비를 깎아주고 다양한 지원금을 주는 등 친서민 정책을 폈고, 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반면 2006년 군부 쿠데타와 2008년 헌법재판소의 친탁신 계열 정당 해산 조치 이후 집권한 아피싯 총리는 도시 엘리트·부유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두 세력은 화합하기 어려운 ‘물과 기름’ 사이인 셈이다.

양측의 갈등을 중재할 만한 세력도 없어서 태국의 불안은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동남아시아연구소의 태국 전문가인 빠빈 차차발뽕운 씨는 뉴욕타임스에 “설령 이번에 아피싯 총리가 물러난다고 해도 정국 불안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콕=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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