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후계, 中정부가 지명…사후 환생에 관한 논의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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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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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자치구 주석 밝혀
‘겐둔 니마’ 근황 첫 공개

중국 티베트자치구의 바이마츠린(白瑪赤林·사진) 주석은 7일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중앙정부가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달에는 티베트 불교의 2인자로 종교 지도자인 11대 판첸 라마 기알첸 노르부(20)를 정책 자문 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는 지난달 달라이 라마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등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정협에 참석하고 있는 바이마츠린 주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 결정권은 정부에 있으며 (후계자를 정하기 위해) 환생에 관해 논의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8일 보도했다.

그는 “현 14대 달라이 라마도 ‘후계자가 자신의 사후 환생한다’ ‘이미 살아 있는 인물이다’ ‘중국 내에 있다’ 또는 ‘주민들의 선거로 뽑는다’ 등 여러 가지 말을 해왔다”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중앙정부의 승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달라이 라마가 생존해 있기 때문에 후계자 문제를 지금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그의 사후에나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과거에도 황제가 달라이 라마 지명에 개입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2008년 3월 라싸에서 유혈 시위가 벌어지는 등 자치 요구 움직임이 일고 있는 티베트에서는 현 달라이 라마 후계자 선정이 앞으로 큰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많은 티베트인은 올해 85세 고령인 달라이 라마가 사망한 후 티베트인들이 구심점을 잃을 것을 우려한다.

한편 바이마츠린 주석은 현 달라이 라마가 제11대 판첸 라마로 지명한 뒤 중국 당국에 의해 1995년 연행된 겐둔 니마가 “티베트 어느 지역에 자신들의 요청에 따라 공중의 눈을 피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연행된 후 생사와 거처가 알려지지 않았으나 당국자가 그의 근황을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1989년 11월생인 겐둔 니마는 올해 21세다.

그는 “내가 아는 한 겐둔 니마와 그의 가족은 티베트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며 “그 소년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의 형제들은 대학에 다니고 정상적인 직장을 구해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당국은 겐둔 니마를 연행한 후 기알첸 노르부를 판첸 라마로 내세웠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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