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이 탈레반 수뇌부 인사를 잇달아 검거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본거지인 마르자에서 연합군이 대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지도부까지 흔들리면서 탈레반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대변인은 25일 탈레반 지도자 중 한 명인 압둘 카비르가 1주일 전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카비르는 탈레반 정권 하에서 낭가르하르 주지사를 지냈으며 2001년 아프간전이 시작된 이후 아프간 동부 지역에서 탈레반을 총지휘한 인물이다. 또 탈레반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퀘타슈라’ 구성원 중 1명이며 탈레반 최고지도자인 물라 오마르의 측근이기도 하다.
또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탈레반 주요 지도자이자 퀘타슈라 구성원인 압둘 카윰 자키르도 최근 체포됐다고 파키스탄 정보부 및 현지 유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전쟁학연구소의 제프리 드레슬러 연구원은 “자키르는 탈레반의 세력이 강한 아프간 남부지역의 사령관”이라며 “그의 체포는 탈레반에 심각한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파키스탄 당국이 탈레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퀘타슈라 구성원 15명 중 7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파키스탄 당국의 검거 작전이 탈레반에 치명타를 입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외에도 파키스탄 정부는 이른바 ‘그림자 주지사’로 불리는 아프간 현지 탈레반 사령관급 인사 2명을 최근 체포하는 등 탈레반 고위 인사 체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르자에 민간 정부 재건이 시작되는 등 탈레반 축출에 성과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탈레반 소탕에 소극적이던 파키스탄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미 정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오랫동안 미 중앙정보국(CIA)과 파키스탄 정보부(ISI)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하지만 지난해 8월 CIA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키스탄 탈레반 지도자인 바이툴라 메수드가 사망한 뒤로 양 기관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과 파키스탄의 동상이몽은 여전하다. 미국은 탈레반을 아프간에서 완전히 축출하려 하고 있지만 파키스탄의 목적은 전쟁 이후 탈레반 세력을 이용해 아프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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