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31년만에 원전건설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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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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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다 개발에 무게

“미국 경제와 안전, 지구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좌파냐 우파냐’, ‘환경론자냐 개발론자냐’라는 해묵은 논쟁에 더 이상 갇혀 있어선 안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1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 새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1979년 펜실베이니아 주 스리마일 섬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난 뒤 원전 건설이 중단돼 왔다. 이번 계획은 원전 건설을 둘러싸고 아직도 미국 내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하지만 ‘개발이냐 보호냐’라는 논쟁에서 원전의 안전성에 손을 들어준 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메릴랜드 주 랜햄의 한 에너지 관련 직업훈련소를 방문해 둘러본 후 조지아 주 버크카운티에 원전 2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사업에 80억 달러(약 9조2000억 원)의 대출보증을 하기로 했다. 사업은 미 남동부 최대 전력공급회사인 서던코가 주도하며 연방정부가 원전 건설에 들어가는 투자금액의 80%를 보증하는 방식이다.

본래 원전 건설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이 강력하게 주장해 온 것이다. 환경 보호론자가 많은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정책 어젠다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환경 對 개발 해묵은 논쟁 갇혀선 안돼”
오바마 “원전 2기 건설에 80억달러 대출보증”


대출보증까지 정부가 서주도록 하는 파격지원이어서 사업이 잘못되면 국민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사진)이 미국 내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원전 건설에 세금까지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데는 여러 포석이 깔려 있다. 우선은 환경보호라는 명분에 밀려 더는 개발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원전기술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이 기술을 수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나중에는 수입해야 할 상황”이라며 “여기서 뒤처지면 일자리는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창출된다. 이는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 56기 가운데 21기가 중국에서, 6기가 한국에서, 그리고 5기가 인도에서 건설되고 있다”며 “이들 나라에서는 일자리뿐 아니라 전문성과 신기술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 원전 사업으로 3500개의 건설 일자리와 함께 원전 준공 후에는 800개의 영구적인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기후변화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에너지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면 원전 건설이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후변화법안 심의를 미루고 있는 공화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사고로 모든 것을 날릴 수 있는 원자력 에너지의 안전성 문제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원전폐기물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폐기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인근 주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엄정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 만들어질 원전 2기는 일본 도시바의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에서 설계했으며 주요 부품들은 해외에서 조립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업을 주도하는 서던코는 2년 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원전 건설사업 승인신청을 했으며 내년 하반기에 사업권을 획득할 계획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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