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세계 전체 아닌 일부 폭력조직과 국지전” 강경파 바라다르 검거 놓고 협상파
협조 가능성 뒷말 이슬람권에서 알카에다의 강경 폭력노선에 대한 반발감이 확산되면서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탈레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의 체포 역시 탈레반 내부의 격렬한 토론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공존의 길’을 모색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것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17일 파키스탄발 기사에서 “바라다르의 구속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3만 명 증파 결정에 따라 내부적으로 계속 무장투쟁 노선을 지속하느냐 아니면 평화협상을 시작하느냐 하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미묘한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탈레반 내에서 점차 협상파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지하드주의자에 대한 성전(聖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슬람 온건파 세력들이 알카에다의 극단적 폭력 투쟁에 반대하고 있고 주요 이슬람 국가 역시 지하드에 동조하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 국제부문 편집장인 파리드 자카리아 씨는 이 기사에서 “따라서 테러와의 전쟁은 이슬람 세계 전체가 아닌 알카에다 등 일부 폭력조직과의 국지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라다르가 11일 파키스탄 대도시인 카라치에서 파키스탄정보부(ISI) 특수수사팀과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에게 체포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바라다르 검거를 가능케 한 정보는 바라다르와 의견 충돌을 빚어온 탈레반 내부 인사로부터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추진 중인 온건 탈레반과의 협상과 대화 과정에서 협상을 지지하는 세력이 강경파인 바라다르의 검거에 협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그동안 대(對)탈레반 지원을 통해 아프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던 파키스탄 군부 또는 정보기관 내부의 변화로 규정하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파키스탄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그동안 협상창구로 바라다르를 이용해 왔다”며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이 탈레반과 직거래하려는 움직임에 반감을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바라다르 접촉설을 부인했다.
미국에서는 바라다르 검거가 미군으로 치면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부군 사령관이나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 체포에 비교할 만한 일이라며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군은 바라다르가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 등을 통해 탈레반 지도부의 주요 거점과 오사마 빈 라덴 은신처 등의 정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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