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추월’ 세계최대 車동맹 떴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獨 폴크스바겐-日 스즈키
전략적 업무제휴 합의
車 판매량 합치면 1위

독일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과 일본 스즈키자동차가 전략적 동맹관계에 합의함으로써 도요타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동맹’이 등장했다. 두 회사는 내년 1월까지 폴크스바겐이 스즈키자동차 지분 19.9%를 인수하는 등 제품 개발, 생산, 판매 부문에서 포괄적인 업무제휴를 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 보도했다.

○ 세계 1위 ‘자동차 동맹’ 부상

이날 일본 도쿄(東京)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스즈키는 지난해까지 자본 제휴를 했던 미국 GM으로부터 되산 자사주 1억795만 주를 주당 2061엔에 폴크스바겐에 넘길 예정이다. 주식 인수대금은 2248억 엔(약 2조9700억 원)에 이른다. 주식 인수가 이뤄지면 폴크스바겐은 스즈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동시에 스즈키는 폴크스바겐에서 받은 주식 매각대금 가운데 절반으로 폴크스바겐 주식을 사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합의를 “폴크스바겐의 포르셰 인수에 이은 제2의 야심 찬 쿠데타”라고 평가했다. 두 회사가 연합할 경우 판매량 기준 세계 1위로 올라선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은 폴크스바겐이 3위, 스즈키는 9위. 하지만 두 회사의 판매량을 합치면 425만2300대로 1위 도요타(356만4105대)를 압도하게 된다. 폴크스바겐은 또 명품 스포츠카에서부터 소형차에 이르는 완벽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결합을 ‘윈윈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두 회사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미래인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스즈키는 인도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어 강력한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또 폴크스바겐은 스즈키의 소형차 생산 경험을 도입할 수 있고, 스즈키는 폴크스바겐의 친환경 기술력과 자금력을 이용할 수 있다.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두 회사는 서로의 장점을 결합해 다가오는 시장의 도전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팽창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은 2012년 말까지 공장 설비 확대와 자동차 신 모델, 기술 개발을 위해 258억 유로(약 390억 달러)를 투자해 2018년까지 세계 1위 도요타를 추월한다는 계획이다.

○ 자동차 합종연횡 본격화

폴크스바겐의 스즈키 지분 인수로 세계 자동차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들 간의 제휴와 인수합병(M&A)은 세계 자동차 시장 재편성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극심한 불황으로 시장은 작아졌지만 한국 등 후발주자 때문에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자동차 기술 개발에 뒤처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은 이달 초부터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와 지분 30∼50%의 인수를 추진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 파산보호에서 조기 졸업한 GM은 12개 브랜드 중 사브 허머 오펠 등에 대한 매각을, 미국의 포드도 적자 브랜드인 볼보 매각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피아트는 미국 크라이슬러에 고연비 소형차 엔진과 플랫폼 등을 이전하는 대가로 지분 20%를 인수해 거대 자동차그룹으로 재탄생했다.

메이저 업체들 간의 전략적 제휴도 분주하다. 전통적 라이벌 관계인 BMW와 다임러는 비핵심 부품을 공용화하고 플랫폼을 공유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다임러는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도요타와 협력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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