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상환유예 요청 타이밍 조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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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동 증시 휴장 맞춰 발표
두바이 정부 “신중하게 계획”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요청을 신중하게 계획했다고 26일 밝혔다. 두바이 최고재정위원회 아메드 빈 사이드 알막툼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바이월드에 대한 정부 개입은 신중하게 준비한 것이며 두바이월드의 특수한 재정 여건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두바이 정부는 시장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며 두바이월드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특히 시장과 채권단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무상환유예 요청 사실을 발표한 시점은 더 신중하고 절묘했다. 두바이 재무부는 25일 두바이 증시 마감 직후 채무상환유예 요청 사실을 밝혔다. 장중이었다면 두바이 증시는 유례없는 충격으로 급락했을 것이지만 이날 두바이 종합주가지수(DFM)는 오히려 전날보다 1.08% 오른 2,093.16으로 마감했다. 이날은 또 이슬람 양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아드하’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이슬람 국가의 증시가 연휴를 맞아 26일부터 휴장했고 두바이 증시도 27∼29일 휴장이 예정돼 있었다. 두바이 증시는 채무상환유예의 후폭풍을 잠시 피할 수 있었다.

26일엔 미국 증시도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휴장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증시에 미칠 충격을 완화하고자 한 계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같은 날 중동과 미 증시를 제외한 세계 증시는 크게 흔들렸다.

한편 두바이 정부는 채무상환유예 선언 2시간 전에는 재무부 명의로 ‘채권 발행을 통해 50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채무상환유예 요청 뒤 신규 자금 확보 소식을 발표할 경우 두바이 자금 동원력에 대한 홍보 효과가 반감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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