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주지사, 암호 욕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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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보낸 의원에게 쓴 편지 각줄 첫글자 연결하면 욕

영화배우 출신 주지사의 발칙한 농담일까, 자신을 공개적으로 망신 준 의원에 대한 교묘한 보복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사진)가 주 민주당 하원의원에게 보낸 법안 통과 거부 사유를 밝힌 편지에 ‘숨겨진 의미’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공화당 소속의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12일 샌프란시스코의 옛 조선소 용지 재개발을 위한 자금지원 법안에 대해 주지사의 고유 권한 중 하나인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안은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는 법안이었기에 주 상·하원 모두 반대 없이 통과시켰다. 문제가 있다면 이 법안을 발의한 사람이 슈워제네거 주지사에게 공개 석상에서 험한 소리를 퍼부었던 민주당의 톰 아미아노 하원의원이었다는 점.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코미디언이었던 아미아노 의원은 앞서 7일 민주당 윌리 브라운 주의원의 후원 파티에 깜짝 출연한 슈워제네거 주지사를 향해 “거짓말쟁이(You lie!)”라고 야유를 했다. 그것도 모자라 아미아노 의원은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인사말을 하는 도중 “내 궁둥이에 입이나 맞춰”라고 소리를 지른 것.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2일 주의회 의원에게 보낸 편지. 각 줄의 첫 글자만 읽으면 지독한 욕설이 된다. 사진 출처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2일 주의회 의원에게 보낸 편지. 각 줄의 첫 글자만 읽으면 지독한 욕설이 된다. 사진 출처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아미아노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는 언뜻 보면 7줄로 이뤄진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사유를 밝힌 편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각 줄의 첫 글자를 모두 이어보면 “엿이나 먹어라”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미국 욕설(F×××-You)이 드러난다. 이 방식은 암호를 다루는 전문서적이라면 어김없이 나오는 기초적인 암호의 하나다. 이 같은 사실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 신문이 27일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애런 맥리어 주지사 대변인은 “정말 이상한 우연”이라며 “편지를 쓰다 보면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편지 가운데 같은 방식으로 읽으면 ‘시인(Poet)’, ‘비누 또는 아첨(Soap)’ 같은 단어도 나온다고 해명했다. 이에 아미아노 의원은 “나도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 약간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며 “그런데 아주 재미있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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