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서 본 사후세계…생명유지 위한 ‘환상’ 과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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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학자 “몸의 반사작용일 뿐”

‘죽음의 문턱에서 보는 천국의 빛은 생체 메커니즘이 만든 꿈?’

유체이탈 등 사망 직전에 이르러 경험한다는 ‘임사체험(臨死體驗)’은 실제가 아니라 인체가 생명을 유지하려는 반사작용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임사체험이란 사고나 심장마비 등으로 잠깐 죽음 상태에 놓인 것 같은 일을 뜻한다. 많은 경험자들은 죽은 가족이나 미래의 일을 보거나 영혼이 몸을 빠져나가는 ‘사후 세계’를 겪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켄터키 주 렉싱턴대 신경학자인 케빈 넬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임사체험은 ‘위험에 빠진 신체를 복구하려는 반사작용에 불과할 뿐’이라고 미 CNN방송이 22일 전했다.

넬슨 박사에 따르면 몸은 생명을 유지하는 여러 반응기능을 갖고 있다. 위험에 빠지면 생각보다 몸이 먼저 맞서거나 피하는 ‘투쟁-도주 반응’도 여기에 속한다. 따라서 임사체험 역시 인간이 뇌 기능 회복을 위해 꿈을 꾸듯, 죽음에 이르렀던 뇌를 되살리려 환상을 보는 과정을 치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임사체험은 잠잘 때 꾸는 꿈과 비슷하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오는 듯한 경험 역시 심박동 정지로 피 공급이 멈췄던 눈 망막에 혈류가 다시 흐르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임사체험 이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넬슨 박사는 “임사체험을 한 뒤 여기에 얽매여 현실 생활을 망치는 이들이 많다”면서 “무엇을 믿건 고비를 넘긴 소중한 삶을 알차게 사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임사체험자들의 모임인 급성심정지(심장 기능이 잠깐 멈추는 현상)연합회(SCAA)는 이번 연구결과가 탐탁지 않다는 입장. SCAA의 공동창립자인 밥 시리버 씨는 “전 세계 수많은 임사체험자들이 왜 모두 엇비슷한 경험을 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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