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직장일 해도 아이 발육에 지장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2일 1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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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의 아기는 전업주부의 아기보다 신체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간혹 제기돼왔다. 그러나 엄마의 직업 유무가 갓난아기의 발육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옵서버가 최근 보도했다.

영국의 연구진이 1990년대에 태어난 1만7000명의 어린이와 부모를 추적 조사한 결과 아이가 돌이 되기 전 엄마가 직장에 복귀한 경우 전업주부의 자녀와 비교해 볼 때 정신적인 발육이나 행동 발달 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출생한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같은 연구에서는 워킹맘의 아이들이 전업주부 아이들보다 발육 면에서 손해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연구진은 △보육 시설이 개선됐고 △사회적으로 워킹맘을 보호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며 △탄력 근무제 도입 등으로 워킹맘들이 육아를 고려해 일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됐고 △육아에 동참하는 아버지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워킹맘과 이들을 돕는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워킹맘 애비 힐 씨(26)는 "딸 릴리가 생후 3개월이 됐을 때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두 돌이 된 딸은 유아원에서 또래와 섞여 지내서인지 사교적이고 숫자도 10까지 셀 수 있다. 춤도 잘 추고 악기도 잘 다루며 요리할 줄도 안다"고 자랑했다.

육아 관련 사이트 '넷맘스'(Netmums)의 공동 설립자인 시오반 프리가드 씨는 "엄마들이 일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훌륭한 보육 프로그램을 제공할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 부모 연구소의 캐서린 레이크 소장도 (주부의 직장 생활이 아이에게 득이 되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쟁하기 보다는) 워킹맘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에는 워킹맘의 자녀들이 전업주부 자녀들보다 생활 습관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었다. 워킹맘 아이들이 과일과 야채를 적게 먹고 TV 시청 시간도 길다는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연구와 한 달 전 연구에 모두 참여한 헤더 조시 런던 교육연구소 교수는 "아이의 비만을 막기 위해 엄마가 직장을 그만 둬야 한다고 이 연구 결과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워킹맘 자녀들이 보육 시설과 가정에서 충분한 영양 섭취를 하고 운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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