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상, 아프간 날아가 지원약속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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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등한 美日관계’ 노린 파격행보
내달 오바마 방일 앞두고 사전포석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은 11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만나 “과거 탈레반에 몸담았던 병사들이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이 탈레반에 복귀하는 것을 막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의 화해를 유도해 평화 정착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과의 화해로 이어질 수 있는 귀중한 공헌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일본은 이 밖에 농업, 고등교육, 전력 분야의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오카다 외상은 현지 상황이 위험하다며 만류하는 관료들을 뿌리치고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린 중국 베이징에서 곧바로 아프간으로 날아가 방탄복을 입고 방탄차를 탄 채 삼엄한 경계를 받으며 이동하는 ‘그림’을 만들었다. 오카다 외상의 이 같은 아프간 파격 행보는 아프간 지원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미국을 향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미국이 시급한 과제로 삼고 있는 아프간 지원 분야에서 일본이 중요한 공헌을 할 테니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급유지원 활동이나 주일미군 재편 등에서는 미국이 양보해 달라는 ‘패키지 딜’을 노린 것이다.

다음 달 중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때까지 ‘대등한 미일관계’의 밑그림을 내놓고 미국과 실무적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일본으로선 개별 현안을 갖고 하나씩 논의하면 갈등만 부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처럼 서로 아쉬운 분야에서 현안 맞바꾸기를 시도하려는 것이다.

아프간은 미국이 개입한 지 8년이 됐지만 물러났던 탈레반 세력이 다시 힘을 키우면서 치안 불안이 심해지는 등 미국 대외정책의 가장 큰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탈레반에 대해 적대적 대결에서 화해를 모색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전(前) 탈레반 병사들을 위한 직업훈련 카드를 내놓은 것은 미국의 이런 기류를 읽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서 다행인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치안의 본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민생 지원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 이후 아프간에 행정과 치안, 농업 지원 등으로 2000만 엔을 지원한 일본이 아프간 추가 지원책으로 인도양 급유 등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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