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라야, 극비 귀국… 온두라스 통금령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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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뒤 해외에 머물러온 호세 마누엘 셀라야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21일 비밀리에 수도 테구시갈파에 들어왔다. 이날 오전 온두라스 주재 브라질대사관에 기습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셀라야 전 대통령은 자신을 축출한 임시정부 측에 협상을 요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귀국 소식을 들은 지지자 수천 명은 즉각 브라질대사관 주변으로 몰려들어 ‘셀라야’를 연호하며 춤을 추는 등 지지를 표시했다. 셀라야 전 대통령은 자신을 상징하는 흰색 카우보이모자를 쓴 채 대사관 발코니에 나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잠옷 바람으로 해외로 쫓겨난 셀라야 전 대통령은 그동안 7월 초와 7월 말 두 차례 입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셀라야 전 대통령은 이번 세 번째 입국 시도에 대해 국경검문소를 피하기 위해 차를 갈아타며 15시간 동안 산악지대를 이동했다고 밝혔으나 자세한 경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임시정부 측은 셀라야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니카라과 국경을 거쳐 입국했으며 남미 국가의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셀라야 전 대통령은 귀국 직후 전국의 지지자들에게 평화로운 시위를 전개하기 위해 수도로 집결할 것을 명령했으며 군부에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공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임시정부는 셀라야 전 대통령의 기습 귀국이 폭력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전국에 통행금지 조치를 발령했다. 리오넬 세비야 국방장관은 “수도로 향하는 모든 항공편이 무기한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베르토 미첼레티 임시 대통령은 “셀라야 전 대통령이 어떤 중재나 합의 없이 귀국했다”며 오스카르 아리아스 산체스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온두라스 사태 중재자 역할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브라질대사관 측에 “재판을 위해 셀라야 전 대통령의 신병을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셀라야 전 대통령의 귀국이 현실화됨에 따라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착 상태에 빠졌던 온두라스 사태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아울러 권좌 복귀를 노리는 셀라야 전 대통령을 해외에 묶어두면서 내부통제를 강화해 11월 29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려는 임시정부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중재 협상 중단에 조바심을 낸 셀라야 전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이 미국 뉴욕에 모이는 시기를 노려 온두라스 사태에 대한 관심을 다시 고조시키고자 비밀입국을 감행했다고 분석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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