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대거 입성 ‘고이즈미 칠드런’ 지고…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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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칠드런’ 떴다

이번 일본 8·30총선에서 민주당과 자민당의 희비가 엇갈린 데는 ‘오자와 칠드런’의 부상과 ‘고이즈미 칠드런’의 몰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오자와 칠드런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대행이 자민당의 거물급 정치인을 겨냥해 공천한 인물로 이번 총선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반면 2005년 총선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공천을 받아 국회에 대거 입성한 고이즈미 칠드런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 오자와 칠드런과 고이즈미 칠드런의 희비

오자와 대표대행은 공천단계에서부터 막강한 입김을 발휘했다. 민주당 공천을 받은 신인 정치인 173명 가운데 100여 명이 오자와계로 분류된다. 오자와 대표대행은 단지 이들을 공천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이들의 선거구를 직접 챙기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하는 등 공을 들였다. 오자와 대표대행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오자와 칠드런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것과 민주당의 바람몰이를 이용해 자민당의 거물급 정치인을 거꾸러뜨리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특히 고이즈미 칠드런과의 승부에서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고이즈미의 연인’으로 불리는 고이즈미 칠드런의 대표주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전 방위상이 민주당의 신참 여성후보 에바타 다카코(江端貴子) 전 도쿄대 교수에게 고배를 마셨다. 이와 함께 시즈오카(靜岡) 현 7구와 도쿄(東京) 5구에 각각 나선 가타야마 사쓰키와 사토 유카리 후보도 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배지를 잃었다. 고이즈미계로 분류되는 77명의 후보자 가운데 당선자는 겨우 10명에 불과했다.

○ 오자와 칠드런에 대한 거부감도

하지만 오자와 칠드런 등 이번에 대거 배지를 단 민주당의 신예 정치인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심정은 복잡하다. 이번 총선에서 초선의원은 전체 의석수의 3분의 1에 해당하고 이들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이다. 자민당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젊고 사고가 유연한 민주당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하지만 반대로 관료나 의원활동 경험이 전무한 초보 정치인에게 일본의 미래를 맡기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의 관료 출신 의원은 34명으로 11.0%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관료정치 타파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역으로 인재 부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민당의 계파정치에 염증을 느껴 민주당으로 돌아선 유권자 가운데는 민주당에도 오자와 칠드런이라는 계파가 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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