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전 납치된 11세 딸‘두 딸 엄마’로 돌아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8분


美 광신도에 감금-성폭행 당해 임신

18년 전 등굣길에 납치된 미국의 초등학교 여학생이 납치 용의자의 두 딸을 낳는 등 악몽 같은 삶을 살다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27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1991년 6월 제이시 두가드(당시 11세)는 캘리포니아 주 사우스레이크타호 시의 집 근처에서 스쿨버스를 타러 가다 승용차에 탄 괴한에게 납치됐다. 그것도 양부 필 그로빈의 눈앞에서였다. 경찰은 두가드의 행방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자작극 아니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던 양부는 결국 두가드의 친모와 별거에 들어갔다.

사건 후 18년이 지난 26일 콩코드 시 경찰서는 납치 용의자 필립(58)과 낸시 가리도(55) 부부를 체포하고, 29세 여성이 된 두가드를 찾아냈다. 경찰 조사 결과 두가드는 자신의 집에서 약 320km 떨어진 안티오크 시, 가리도 부부의 집 뒷마당에 조악하게 지어진 헛간에서 18년간 감금됐다. 헛간 주변은 2m 높이의 철조망과 쓰레기통 등으로 가로막혀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두가드는 필립 가리도에게 성폭행을 당해 두 딸(15, 11세)까지 낳았다. 아이들은 그동안 학교는커녕 병원에도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사회와 고립된 채 살았다.

용의자 필립 가리도는 특정 종교에 심취한 광신도로, 과거 성폭행 및 납치 혐의로 수차례 실형을 살다 최근 가석방됐다. 주위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10대 시절 이미 마약에 빠졌고 최근에는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등 두서없는 말을 하며 전도 활동도 했다. 가리도 부부의 납치 감금 행각은 25일 이들이 두가드의 두 딸을 데리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내에서 허가 없이 종교 홍보 전단을 돌리려다 경찰의 눈에 띄면서 덜미가 잡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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