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이번엔 ‘등대 충돌’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8분


러시아가 흑해함대 모항 인근의 등대 관할권을 둘러싸고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우크라이나와 마찰을 빚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7일 러시아 흑해함대의 모기지인 흑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 인근의 헤르소네 등대에 법 집행관을 파견해 등대 장비를 압류하려 시도했다. 러시아는 즉각 법 집행관을 체포해 우크라이나 경찰에 넘겼다. 우크라이나는 세바스토폴 항을 러시아에 임차해줬지만 등대 등 시설물은 우크라이나 소유라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 측은 흑해함대 관할구역 내 시설에는 러시아 법이 적용된다고 맞서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사태로 비극적 사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은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경고하면서 등대에 주둔한 러시아 경비대를 완전 무장시키고 전투 준비에 들어간 모습을 TV로 방영했다.

러시아는 흑해함대를 2017년까지 세바스토폴 항에 주둔하도록 우크라이나와 조약을 체결했으나 러시아는 그 후에도 계속 주둔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곳이 전략적 요충지인 데다 새 해군기지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흑해함대는 1만3000명의 병력에 50척의 전함과 보조선, 80대의 전투기와 헬리콥터로 구성돼 있다. 우크라이나는 기지 임대료로 매년 9800만 달러를 받고 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서두르고 있어 러시아 함대의 연장 주둔은 절대 허가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이번 등대 충돌은 지난달 말에 벌어졌던 외교관 맞추방전의 2라운드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해군이 승인도 없이 육로를 통해 순항 미사일을 흑해함대에 운송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고 러시아도 모스크바 주재 우크라이나 외교관을 추방했다.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24일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심기를 자극했다. 이날 지난해 그루지야전쟁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싸운 우크라이나 병사들과 민족주의 단체 성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이 외에도 양국은 몇 년째 가스값 인상을 둘러싼 분쟁을 벌이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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